이커머스 성장 침체가 본격화된 2023년.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 기업들은 물량이 폭증하던 팬데믹 시기처럼 ‘물류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 마땅히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것이 맞겠지만요. 성장 침체에 더한 유동성 악화로 추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와중 물류 인프라를 확장하며 비용을 늘리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오히려 기존에 확장한 인프라마저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한 네이버 파트너 물류업체의 움직임이 보였을 정도였고요.
하지만 물류기업이 계속 성장을 전제한다면, 물류센터 확장 이전 및 신규 구축은 필연이나 다름없습니다. 기존보다 고객사가 더 늘어나고, 또 기존 고객사가 성장을 한다면 자연히 물량은 증가할 것이고요.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재고를 보관하고 원활한 입출고 업무가 가능한 ‘공간’은 더 필요해지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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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네이버 물류 파트너 기업들이 선택한 물류센터 확장 방법은 ‘공유’였습니다.
어떤 물류센터 운영기업이든 유휴 공간은 존재하고, 이를 채우고 싶은 니즈는 존재하는데요. 화주사의 물량을 대신 영업하여, 이들의 물류센터 유휴 공간을 채우고요. 그 운영은 파트너 물류기업에게 위탁하여 부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류센터 임차료와 운영비를 최소화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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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22년 말부터 네이버 물류 연합군 사이에서는 이러한 개념의 공유 창고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먼저 두핸즈가 2022년 9월 파트너 물류센터 운영사들과의 연합군 ‘품고 파트너스’ 론칭을 발표했고요. 이어 파스토가 2022년 10월 ‘파스토 유니버스’ 출범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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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다르지만, 이들의 서비스 개념은 유사합니다. 물류센터를 보유한 물류기업과 가맹 계약을 체결하고요. 물량 유치에 따른 물류 운영을 파트너사에 위탁하는 개념입니다. 두 기업은 모두 각사가 개발한 물류 시스템을 통해서 ‘운영 가시성’을 확보하고자 했고요. 여기 설비나 자동화 구축 관련 컨설팅을 비즈니스에 더해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도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멀게는 ‘마이창고’라는 물류스타트업이 처음 국내에서 시도한 ‘클라우드 창고 비즈니스’의 개념이 여기서 보이고요. 이후 콜로세움코퍼레이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iLaaS와 같은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시스템을 중심에 둔 공유 창고 모델의 확산을 도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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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네이버 물류 연합군의 시도에 차이가 있다면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두핸즈와 파스토의 경우 자체 인프라를 바탕으로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던 기업들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공유 모델까지 확산한 셈이니까요.
동상이몽의 함정, ‘도착보장’이 추가된다면 어떨까
사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고, 전혀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한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나 공유 창고 비즈니스 모델은 ‘동상이몽’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류기업들은 일단 유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추가 물량 유치를 기대하며, 공유 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과 협력하지만요. 결국 하고 싶은 것은 자체적인 물량 영업 강화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영업을 위탁받는다면, 어떻게든 중간 수익을 물량을 공유해준 업체와 나누게 되니까요. 이보다는 직접 계약이 가능한 자체 영업 물량을 늘리는 것이 물류기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업무 우선순위에서 물량을 공유해준 파트너 물량 대상 서비스는 뒷전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여기 더해 자사 직원이 아닌 파트너 기업에게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로 인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는 위험성은 상존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함께 제공하는 시스템 이상으로 파트너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락인’ 요소 확보가 중요해졌죠.
이와 관련하여 최근 등장한 새로운 네이버 물류 연합군의 창고 확장 방법론이 있습니다. 바로, 풀필먼트 솔루션 및 서비스 브랜드 ‘아르고’를 운영하는 NFA 파트너 기업 테크타카의 시도인데요.
테크타카는 최근 ‘파트너센터’라는 이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고요. 파트너센터의 큰 개념은 앞서 설명한 두핸즈의 ‘품고 파트너스’, 파스토의 ‘파스토 유니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부 물류기업에게 테크타카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제공하고요. 이를 바탕으로 테크타카가 영업한 물량을 파트너 물류기업의 유휴 공간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여기 한 가지 다른 개념의 비즈니스가 추가됐고, 현재 시장의 반응은 여기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바로 테크타카가 운영하는 아르고가 네이버가 쿠팡에 대항하기 위해 강화하고 있는 빠른 물류 솔루션 ‘도착보장’의 물류 파트너라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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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설명하자면 테크타카의 시스템은 일종의 ‘미들웨어’로 네이버의 도착보장 솔루션과 파트너 물류기업 사이의 연결점을 만들었고요. 이를 바탕으로 테크타카의 파트너센터를 운영하는 외부 물류기업이 유치한 화주사 물량을 대상으로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기존 네이버의 ‘도착보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제약이 있었습니다. 네이버와 도착보장 제휴를 체결한 NFA 파트너 물류기업 CJ대한통운과 아워박스, 파스토, 두핸즈, 테크타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해야 된다는 것이었는데요. 바꿔 말하면 NFA 파트너 물류기업이 아닌 물류기업들은 ‘도착보장’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