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드는 도넛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노티드 매장과 온라인샵에서는 식료품뿐만 아니라 캐릭터 IP를 활용한 다양한 홈데코, 리빙 굿즈를 판매하고 있고요. 이를 넘어서 이상할 정도로 ‘콜라보’에 진심이기도 합니다. 식품업계는 물론 패션, 금융, 항공,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여 콜라보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이는 오프라인이라는 매장 공간과 먹어야 하는 식료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노티드 고객이 어디서든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고객 행동을 만드는 본질을 GFFG는 호텔업계에서 사용하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환대)’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있었죠.
“아무리 좋아하는 도넛도 일주일에 7번씩, 하루 18시간 동안 몇 번씩 먹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옷은 하루 종일 입을 수 있고, 축구 경기는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잖아요? 우리는 콜라보를 통해서 그 몇 시간을 점유하고 싶었습니다. 도넛을 먹지 않는 순간에도 고객들이 노티드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 윤진호 마케터초인랩 CEO
‘디즈니랜드’처럼 공간 설계하는 법
F&B 업계에 관심 있는 독자 분이라면 지난해 3월 31일 노티드가 잠실 롯데월드몰 5층과 6층 복층을 활용한 340평 규모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노티드 월드’를 공개한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노티드가 30~50평 이하의 소형 점포들을 전개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이례적이고 도전적인 시도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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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건 이 노티드월드가 거대한 도넛 판매 공간이 아니라, 마치 ‘디즈니랜드’를 설계하는 것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먼저 노티드월드는 노티드가 갖춘 캐릭터 IP를 적극 활용하여 공간에 이야기를 입혔습니다.
예컨대 노티드 고객들이 좋아하는 제품 중 하나로 ‘우유생크림도넛’이 있는데, 이게 도넛 빵 사이로 크림이 넘쳐흐르는 이미지로 유명하거든요. 노티드는 그 이미지를 차용하여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슈가베어’가 크림으로 잠실을 침공하는 스토리 라인을 잡았고요. 또 다른 인기캐릭터 크림버니는 노티드월드가 오픈하기 몇 주 전부터 잠실 거리 곳곳에서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슈가베어의 침공 소식을 알렸습니다. 윤 CEO의 설명에 따르면 캐릭터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고 유입하는 첫 번째 퍼널(Funnel)을 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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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노티드는 사람들이 ‘노티드월드’라는 공간에 찾아와야 할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노티드월드 오픈 시기, 이미 노티드가 전국에 전개한 매장은 20개가 넘었는데요. 굳이 가까운 노티드 점포가 아니라, 멀리 잠실까지 발품을 팔아서 ‘노티드월드’를 방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서 노티드가 활용한 것은 노티드월드에서만 판매하는 ‘컵케이크’ 전용 메뉴였는데요. 미국 도넛 매장에서 도넛과 함께 컵케이크를 판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상한 컵케이크 메뉴는 그 자체로 노티드월드의 정체성이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초대형 컵케이크 오브제를 활용한 포토존이 노티드월드에 마련된 배경도 여기 무관하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노티드는 노티드월드의 캐릭터 IP와 연결된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브랜드 컨셉을 담은 초대장을 만들어서, 노티드월드 오픈 소식을 많은 외부 브랜드들에게 알렸고요. 팬덤을 보유한 단단한 외부 브랜드들과 제휴를 통해 서로의 팬덤을 공유하며 연결된 세계관을 강화했습니다.
예컨대 노티드는 잠실에서 팝업을 운영하여 잘 알려진 또 다른 인기 캐릭터 ‘밸리곰’과 콜라보를 했고요. BTS 10주년 행사를 노티드월드에서 열고 전용 메뉴와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와 진행한 팝업스토어 행사에는 무려 9만명의 고객이 노티드월드를 방문하기도 했죠. 노티드와 밸리곰, BTS와 로스트아크의 공통점은 모두 ‘팬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윤 CEO는 노티드는 이렇게 ‘브랜드 순환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합니다. 먼저 노티드의 제품을 경험하도록 하고, 다양한 콜라보를 바탕으로 고객 생활 접점 곳곳에서 노티드 브랜드에 참여하도록 하면요. 고객들 사이에선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향후 노티드의 다른 도전에도 지속적인 방문과 참여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팬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브랜드 순환 모델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윤 CEO는 이러한 방법이 노티드나 디즈니 같은 거대한 회사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전개하고 있는 서비스와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고민하고, 여기 고객이 참여하도록 만들고, 거기서 즐거움을 경험한 고객들의 재방문을 만든다면 다시 한 번 핵심 경험을 강화하는 순환 고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는 스토리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 윤 CEO가 발표 말미에 강조한 한 문장인데요. 지금 우리 서비스와 제품도 브랜딩을 할 수 있을까요? 커넥터스를 운영하는 저에게도 많은 생각거리가 남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