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물류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파트너 물류업체이자 최근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아서 업계의 관심을 받기도 한 기업이죠. 풀필먼트 서비스 ‘아르고’를 운영하는 테크타카가 최근 국내 물류를 넘어서 글로벌 물류 서비스를 연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아마존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를 대상으로 아마존 창고 입고대행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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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마존 창고 입고대행이 새로운 사업은 아닙니다. 이미 삼성SDS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도어로, KW인터내셔널 등 국제물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많은 물류기업들이 아마존의 서비스 파트너(SPN, Service Partner Network)로 이 영역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인데요. 아르고 역시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POC(Proof of Concept) 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아마존 SPN 선정을 노리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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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으로 본다면 아마존 창고 입고대행은 아마존 물류센터가 요구하는 규정에 맞춰서 현지 창고로 물량 입고를 대행하는 것인데요. 이게 단순한 설명처럼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가 수입업자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세금 및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과 같은 규제를 준수해야 하고요. 동시에 아마존이 요구하는 바코드(FN SKU) 라벨링과 포장 규정 등을 지켜서 입고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규정 미준수에 따른 추가 비용은 물론이고, 반송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요.
즉, 아마존 창고 입고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기업은 비용적인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응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아르고의 경우 국내 물류센터 인프라를 활용하여 아마존 창고 입고에 필요한 바코드 라벨링 작업과 미국 수출에 필요한 서류 작업 등을 대행하고요. 동시에 여러 화주사의 물량을 한데 모아 혼적을 바탕으로 더 저렴한 국제물류 운임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더군요.
글로벌 창고를 늘리는 이유
특이한 점은 아르고가 이 사업을 위해서 국내 물류 인프라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 위치한 해외 창고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해외 현지 창고가 화주사 대상 ‘서비스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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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량의 재고를 현지 창고에 해상운송으로 미리 옮긴다면, 항공운송으로 소량의 재고를 보내는 것과 비교하여 단위당 입고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아르고는 판단했고요. 또 아마존 FBA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보관료가 비쌀뿐더러, 체화재고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비싸지는 물류비를 과금하는데요. 현지 물류센터를 활용한다면 아마존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그때그때 재고를 발송하는 식의 유연한 운영 또한 가능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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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혹여 아마존 물류센터가 요구하는 규격이나 기준에 맞지 않아 반송되는 상품이 발생하더라도, 현지 물류센터를 통한 반송 상품 수령 및 대응이 가능해지고요. 향후에는 반품 상품을 현지 물류센터에 모아서 한국까지 저렴한 가격에 회수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종전에는 한국까지 회수를 위한 국제물류 비용이 상품 가격보다 비싸, 반품 상품 대부분이 현지 폐기되곤 했다나요?
“아마존은 FBA 입고 물량을 매우 까다롭게 받습니다. 아마존이 요구하는 라벨링을 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과금하고요.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그냥 물건을 반송시키기도 합니다. POC 과정에서 이를 직접 경험해보니 국제물류를 위한 운송수단을 연결하기만 한다고 고객사에 좋은 경험을 드리긴 매우 어렵다고 판단해서 현지 창고를 마련했습니다”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커넥터스 밋업
물류 투자 없이 글로벌 사업하는 방법
하나 서비스를 위한 의미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현지 창고를 빌리고 인력을 운영하는 데는 모두 ‘비용’ 투자가 필요하잖아요. 아마존 입고대행 사업이 정말 잘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혹여 안 된다면 이건 테크타카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고가 미국 물류센터 인프라와 현장 인력 운영에 투자하는 비용은 별달리 없습니다. 아르고는 미국 물류센터에 ‘시스템’만 제공할 뿐이지, 현장 운영은 모두 현지 3PL(3자물류) 업체가 맡아하는 구조이거든요. 그러니까 미국 3PL업체는 아르고를 통해서 한국 아마존 셀러들과 영업 접점을 만들고,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요. 아르고 역시 국내 풀필먼트를 사용하고 있는 기존 고객사에게 추가적인 해외 진출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덩달아 물류 시스템은 ‘아르고’의 것을 그대로 활용하기에, 글로벌까지 연계되는 통합 재고관리가 하나의 시스템상에서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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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는 여러 차례 아마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국내 브랜드사들과의 POC를 통해서 이 서비스가 실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고요. 올해 하반기부터는 북미 전역에 20여개의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형 3PL 업체와 제휴하여 미국 내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지금은 시애틀에 있는 제휴 창고 하나로, 아마존 미국 FBA 창고 입고 서비스에만 집중하지만요. 향후 아르고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아마존 FBA 사업이 전개되고 있는 여타 글로벌 국가의 입고 대행 서비스까지 공유창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었고요. 더 나아가서는 아마존을 넘어서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자사몰 구축 솔루션과 연동하여 B2C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장하는 청사진 또한 그리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연결점
사실 아르고가 글로벌에서 그리고 있는 이 청사진은 이미 한국에서는 ‘아르고 플렉스(구 파트너센터)’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습니다. 아르고는 판토스, KCTC, 팀프레시, 새로고침 등 외부 물류기업 파트너사와 제휴하여 아르고의 시스템을 공급했고요. 이들 파트너사의 인프라와 운영 인력을 바탕으로 B2C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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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가 쟁쟁한 물류기업들을 플렉스 파트너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르고가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 기업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르고는 네이버의 빠른 물류 솔루션 N도착보장의 물류 파트너 기업으로 시스템을 통해서 N도착보장 주문을 받는 것이 가능했는데요. 아르고 플렉스 파트너사들은 그들이 네이버 도착보장 파트너 물류사가 아님에 불구하고 아르고 시스템을 활용하여, 기존 고객사들에게 도착보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고요. 아르고는 이 과정을 통해 추가 비용 투자 없이 부가 수익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커머스 물류는 매일매일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렇다고 늘어나는 물량 규모에 맞춰서 매번 새로운 공간을 찾는다면 거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를 조정하면서 확장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모델이 ‘아르고 플렉스’입니다. 테크타카의 강점은 시스템이니, 우리가 굳이 투자를 계속하며 물류센터를 늘려나갈 이유는 없다고 봤습니다. 이미 지어진 물류센터가 우리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고요. 더군다나 시스템에는 국경 제한도 없습니다”
-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 커넥터스 밋업
물론 전혀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수기나 엑셀 작업에 익숙해져 있는 남의 물류센터에 특정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가이드하는 것은 그 시스템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건 쿠팡의 ‘벤더플렉스’처럼 아르고 플렉스 모델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시작한 기업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던 이슈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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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역시 열심히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심지어 자체 운영하는 물류센터 현장에서조차 전혀 사용되지 않는 모습들을 왕왕 보았다고 하고요. 기존 현장 인력들에게 익숙해진 관성을 넘어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그 효율성을 가시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쉽지 않은 일이긴 했지만,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확장성’ 또한 만들지는 못한다고 봤다고요.
여기까지 이야기한 ‘아르고 플렉스’와 여기 연결되는 ‘글로벌 확장 방법론’은 사실 테크타카가 최근 알토스벤처스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양수영 테크타카 대표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은 결국 몇백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이들이고요. 알토스벤처스 역시 단순히 물리적인 운영을 잘하는 회사보다는 ‘시스템’ 관점에서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투자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사실 테크타카가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이번에 투자받은 126억원의 투자금 역시 물류 인프라에 투자한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이 작은 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물류산업은 중후장대하고, 고정 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이 거대하다는 특성이 있는데요.
양 대표에 따르면 테크타카는 이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가 아니라 그들의 핵심 역량인 ‘시스템’ 고도화에 투자한다고 하고요. 향후 서비스 확장성은 이미 존재하는 여러 물류센터 운영사와 협력하는 형태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그 시도가 이제 ‘글로벌’까지 넘어간 것인데요. 향후 테크타카는 정말 하나의 시스템으로 글로벌 단위 물류 서비스 품질 관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해봄직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