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터스를 운영하는 법인 비욘드엑스는 매년 11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함께 다음해 물류 시장의 변화를 전망하는 단행본 <물류 트렌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17명의 산학연 전문 필진들과 함께 <물류 트렌드 2025>를 출간했고요. 얼마 전인 14일에는 <물류 트렌드 2025> 공저자들을 모시고 가까운 미래의 물류업계 전망을 청중들과 나누는 ‘북토크’를 개최했죠.
이번 <물류 트렌드 2025>가 다룬 담론 중 하나는 AI(인공지능) 기술이었습니다. 이미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했듯 AI는 ‘커머스’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된지 오래입니다. AI 기술이 적용된 ‘개인화 추천’ 기술은 이제 안 쓰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화됐고요.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돼 마치 사람처럼 사용자의 니즈에 응대하면서 쇼핑을 돕는 ‘에이전트’ 서비스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네이버가 별도 쇼핑앱 출시 계획을 밝힌 ‘플러스스토어’의 핵심 전략도 바로 이 ‘쇼핑 에이전트’에서 찾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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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트렌드 2025> 공저자인 김창수 비욘드엑스 인공지능디자인연구센터장은 ‘AI 쇼핑 에이전트’를 유통산업을 바꿀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전망했습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구매하길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여 쇼핑을 하고 있다면요. AI 쇼핑 에이전트가 확산된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AI의 추천에 기반한 ‘발견형 쇼핑’을 할 수 있게 되고요. 이렇게 된다면 기존 ‘목적형 쇼핑’에 최적화됐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생성형 AI는 현재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모델)이 질문에 답변해주는 챗GPT와 같은 수준을 넘어서 ‘에이전트’ 형태로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쇼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쇼핑 에이전트 시대에는 검색이 아닌 예약으로 온라인 상품을 주문할 것입니다. 때문에 쿠팡이나 아마존과 같은 빠른 속도 중심의 물류 서비스 경쟁력은 종전과 달라질 수 있고요. 사용자들이 검색을 하지 않는다면 네이버나 구글이 가지고 있던 광고 서비스 주도권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 김창수 비욘드엑스 인공지능디자인연구센터장
그럼 ‘물류’는 어떤가요?
그렇다면 커머스의 파생 시장인 ‘물류’에도 AI가 만드는 변화는 찾아올까요? <물류 트렌드 2025>의 공저자인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AI가 만드는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변화를 ‘로봇’에서 찾았습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예전부터 물류 현장에서 쓰여 왔던 자동화 설비와 로봇의 가장 큰 차이점은 AI 기술이 결합된 ‘지능화’에 있습니다. 종전 하드웨어 설비가 사람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형태로 사용됐다면, 여기 AI 소프트웨어가 결합됨으로 전에 하지 못했던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고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람이 하는 모든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휴머노이드’가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송 교수의 평가고요. 김창수 센터장 역시 “물류업계에서 생성형 AI가 들어온다고 효율이 수배씩 올라가진 않겠지만 한 가지 빈 분야가 있다”며 “그것은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의 피킹, 패킹, 검수 업무를 모두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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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 AI가 만드는 ‘유연성’을 체감하기에 물류산업은 극복해야 할 이슈가 많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러 화주의 물량을 대신 처리해주는 물류 비즈니스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다루는 상품 구색이 적어 표준화가 용이한 제조 산업과는 다르게 물류업, 특히 이커머스 물류는 굉장히 다양한 고객사의 그 이상으로 다양한 상품 구색을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다양한 고객사의 상품 물성과 SKU(Stock Keeping Units) 특성에 맞춰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데요. 문제가 있다면 그 고객 화주사는 언제든지 해당 물류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이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기업은 특정 고객 화주사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걸 지양하게 되고, 결국 자동화 설비보다 유연한 ‘사람’을 대신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송 교수의 평가입니다.
“<물류 트렌드 2025> 책에서 다룬 수많은 예제들과 기술을 이끌어가는 기업 사례들은 모두 ‘수요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등 이들 모두는 수요를 다루는 유통기업입니다. 이들은 수요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물량을 만들고, 24시간 물류가 돌아가는 체계를 완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물류 프로세스 요소오소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자동화는 로봇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헌데, 물류회사는 어떤가요? 계속 고객이 바뀝니다. 다 흩어져 있어서 24시간 운용도 못합니다. 만약 로봇에 투자했는데, 이 로봇이 하루 2시간만 쓰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 ROI(Return on Investment)가 나올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인데요. 물류 자동화 로봇이 있다면 결국 수요 기반을 만든 회사를 공략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보다 유연해지는 ‘기술’로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합니다”
-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물류산업의 AI 기술 확산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이슈는 또 하나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특정 기업 혼자서 만들지 못합니다. 여럿 이종의 파트너들을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데요. 예를 들어 창고를 운영하는 3PL 기업이 있다고 해서, 이 회사가 출고 이전의 ‘미들마일 물류’나 출고 이후의 ‘라스트마일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대부분 아니고요. 또 미들마일 물류나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고 해서 실제 운송을 담당하는 배송기사 네트워크를 직접 고용하여 완연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닙니다.
이렇듯 여러 분절된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돼 완결되는 물류 서비스 구조 안에서는 인공지능 서비스 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물류 트렌드 2025> 공저자인 최형욱 CJ대한통운 더운반 총괄 상무는 미들마일 물류 영역에 AI 기술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데이터의 부정확성’에서 찾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물류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굉장히 많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운영해 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 최 상무의 전언입니다.
“미들마일 물류 서비스의 이해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업들입니다.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바뀌는 것보다 훨씬 느리고, 전통기업이 만든 강력하고 공고한 역사들이 있기 때문에 바뀌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미들마일 물류 시장에서 화물차주들은 원래 과거부터 생계를 위해 플랫폼을 쓰고 있었고, 사용에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인데요. 사실 바뀌지 않았던 것은 이들에게 물량을 공급하는 ‘화주’였거든요. 화주들은 특정 운송사에 계약 형태로 물량을 몰아주던가, 전화나 문자로 배차 요청을 하는 등 단순한 운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행태가 최근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화주 기업들도 디지털 솔루션을 바탕으로 미들마일 운송비 절감, 운영 효율 증대를 고민하고 있고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된 기술 키워드에도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들마일 물류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빠르지 않습니다만, 디지털 생태계에 동참하는 이들의 이해도는 상당히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 최형욱 CJ대한통운 더운반 총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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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시대가 온다
그렇다면 물류업계 AI 기술 확산은 앞으로도 지지부진한 ‘암흑기’를 거쳐야 할까요? 최근 커머스 업계의 상황을 본다면 기회가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과거 유통기업들이 스스로 모든 물류를 내재화하려고 했다면요. 요즘은 오히려 유통기업들은 자사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물류 서비스는 전문 물류기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아웃소싱 체계를 만드는 것이 트렌드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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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트렌드 2025> 공저자인 기묘한 트렌드라이트 발행인은 엔데믹 이후 커머스 트렌드는 ‘고금리, 고물가로 말미암은 소비 침체’와 ‘쿠팡의 독주’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이는 커머스 업계에서 오래 전부터 체감하던 것이지만, 최근 달라진 양상은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일반 대중들까지 커머스 업계의 위기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는 평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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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 네이버처럼 ‘네이버 배송(전 도착보장)’을 필두로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는 플레이어도 있지만요. 다른 한 편에서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유동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지는 상황에서, 비용 구조를 무겁게 만드는 물류 투자를 회피하는 추세도 함께 관측되고 있다는 기묘한 발행인의 설명입니다.
“C커머스의 국내 침투는 사실상 가격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요. 티메프 사태로 대표되는 중소 플랫폼들이 고사하는 상황은 투자를 바탕으로 실체 있는 물류 경쟁력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을 방증합니다. 결국 개별 이커머스 기업 및 플랫폼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도 어렵고, 서비스 경쟁을 하려면 쿠팡이 걸릴뿐더러 비용 자체가 무거워지는 고민에 빠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우리 물건, 우리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마 현업에 계신 분들은 모두 느끼고 있겠지만, 그런 배경에서 ‘브랜딩’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 기묘한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커머스 업계의 여러 어려움에 불구하고 이커머스에서 ‘물류’는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서비스이자 고객과의 유일한 물리적인 접점입니다. 자체적인 물류 서비스 강화까지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쉽지 않더라도, 하다못해 3PL이나 택배 서비스 연계 정도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누구나 흔히 하는 방식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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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에서 ‘물류기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팬데믹 호황기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류 서비스’와 관련된 시범 테스트에 열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 시기엔 제조 및 브랜드 기업이 ‘풀필먼트’에 도전을 하고, ‘크로스보더 물류’에 도전을 하고, ‘로봇’에 투자하는 형태가 굉장히 일반적이었다고요.
하지만 지금 와서 이들에게 남은 건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진단입니다. 하나는 물류를 포기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협력’하는 것입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물류기업에게 기회는 열려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평가인데요. 그의 말로 오늘 콘텐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담긴 <물류 트렌드 2025>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물류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물류는 좋은 제품을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하고자 하거든요. 차이가 있다면 그 방법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통 및 제조업체들은 물류를 내재화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될 수 있으면 물류를 아웃소싱 하려고 하고요. 그렇게 전문 물류기업에게 물량을 몰아준다면 여기서도 충분한 수요가 나타나고 ‘기술’이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