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슈 취재를 위해 크게 세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 분은 운송사 출신으로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A씨고요. 두 번째는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 화주사의 물류 관리자 B씨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 고위관계자 C씨입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대기업들이 거대 자본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를 크게 세 개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① 물량이 없어요
화물운송 플랫폼이 잘 동작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서비스 공급자인 화물차주가 충분히 플랫폼 안에 들어와야 되고요. 둘은 서비스 수요자인 화주사, 운송사, 주선사가 충분히 플랫폼에 ‘물량’을 올려야 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통신사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론칭한 신생 화물운송 플랫폼들은 곧잘 화물차주 모집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물량’인데요. 괜찮은 물량이 부족하니 가입 화물차주들이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방문할 이유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운송사 출신으로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A씨에 따르면 그 이유 첫 번째는 막강한 1위 플랫폼의 존재입니다. 전국24시콜화물과 원콜, 화물맨으로 대표되는 기존 시장의 ‘화물 정보망’ 플랫폼들은 공통적으로 운송사 및 주선사와 파트너십 관계를 바탕으로 성장했는데요. 화주사에 대한 직접적인 영업은 이들 운송주선사가 담당하고요. 운송주선사가 보유한 화물차주 네트워크로 당장 처리하지 못하는 화주사의 운송 요청 물량을 ‘화물 정보망’에 등록된 화물차주를 수배하여 처리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현시점 1위 정보망 전국24시콜화물은 운송주선사 물량을 바탕으로 거대한 화물차주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이를 신생 플랫폼의 서비스로 비집고 들어가긴 쉽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일단 전국24시콜화물이 너무 강력해요. 이들이 강력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전체 시장 물량을 다 갖고 있을 만큼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는 점도 있지만, 허튼 짓을 안 하기 때문도 있어요. 전국24시콜화물은 화물차주 대상 요금 인상도 안하고, 서비스상 불만이 나올만한 업데이트도 하지 않습니다. 공고한 위치를 지키는데 집중하는 건데요. 상대적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약한 신생 플랫폼들이 돈을 써서 화물차주를 모으더라도, 물량이 없으니 체리피커처럼 혜택만 누리고 떠나게 되는 거죠”
- 운송사 출신으로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A씨
이런 배경에서 화물운송 플랫폼은 ‘화주사’를 대상으로 직접 물량 영업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의 화물잇고는 운송주선사와의 관계 구축에 집중했다지만, 롤랩은 직접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물량을 만들 창구를 확보하고자 외부 화주사 영업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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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여기서 플랫폼들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가 나오는데 바로 플랫폼에 대한 ‘운송사의 불신’입니다. 플랫폼이 화주사에 직접 영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운송사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행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건데요. 혹여나 영업 정보가 누출돼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나오는 것에 대해 운송사들은 짙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었습니다.
“플랫폼이 직접 영업을 통해 화주사의 물량을 확보하기엔 운송주선사의 반발이 무섭습니다. 단적인 예로 운송사 물량으로 시작한 정보망에겐 화주 영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민감한 이슈입니다. 이들의 수익모델은 화물차주가 지불하는 월사용료지만, 그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운송주선사의 오더(물량)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화주사 영업을 잘못했다가 이에 불만을 품은 운송주선사가 다 떨어져나가면 있으나마나한 플랫폼이 되는 거잖아요. 통신사가 자체 물량을 화물운송 플랫폼에 올린다고는 했지만, 그 물량이 얼마나 됐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운송사 출신으로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A씨
② 실무자들이 불편하다는데요?
그럼 실제 물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원청 ‘화주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운송주선사가 반발을 하더라도 ‘화주사’가 기존 아날로그 운송사와 비교하여 물류 플랫폼 사용에 큰 효용을 느껴서 직접 플랫폼과 계약한다면 자연스럽게 양질의 물량이 쌓일 수 있지 않을까요?
브랜드 기업의 물류 관리자 B씨는 최근 미들마일 물류 운영에 ‘화물운송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소위 말하는 ‘동네 주선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요. IT 기술이랄 것 없이 그냥 전화를 걸어서 시간과 조건을 이야기하면, 주선사가 여기 맞는 화물차 기사를 매칭해주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B씨는 이런 기존 구조에 화물운송 플랫폼을 도입하면 투명하게 비용을 집행함은 물론, 운송내역을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심지어 화물운송 플랫폼이 제시한 물류비도 이전보다 절감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실제 플랫폼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의외의 지점에서 현장 실무자들의 불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표면적인’ 비용 관점에서 플랫폼이 제시한 물류비가 이전보다 저렴한 것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화물운송 현장에서는 시시각각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곤 하거든요. 출도착지 물류 현장에서 화물 운송기사에게 상하역 지원을 요청한다거나, 도착지 물류센터에서 입고 물량이 밀려서 대기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이슈들은 생각보다 흔하죠. 요즘 쿠팡, 컬리 같은 대형 플랫폼의 경우 그들이 요구하는 입고 시간과 같은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화물을 회송 처리해버리기도 하고요.
B씨에 따르면 이때 화물운송 플랫폼의 응대가 아날로그 운송사를 이용하던 이전과 비교하여 유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날로그 운송사는 전화로 들어오는 화주사의 요청에 일일이 대응하고, 대기료나 상하차료 같은 추가 요금에 대해서도 화주사 실무자가 귀찮지 않도록 잘 처리했고요. 심지어 급할 때는 운송사 사장이 직접 트럭을 끌고 운송 업무를 대행하기도 했는데요. 플랫폼은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가 유연하지 않고, 상황에 대한 비용을 일일이 투명하게(?) 과금하다 보니 실무자 입장에선 불만이 쌓였다는 겁니다.
“작은 물류업체를 이용한다면 이들을 마치 자사물류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급할 때 뭐 해달라고 요청을 하더라도, 그들만 여유 있으면 화주사의 요청에 대응해주니까요. 다만, 이런 운영이 대기업이나 플랫폼의 서비스에 있어선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 하려고 할 때마다 추가비용 이야기를 하니 실무자들은 좀 반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 동네 운송사랑 일했을 때는 운송사가 알아서 현장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 ‘이거 도착지에서 분류 요청이 있어서 분류했어요. 나중에 술 한 잔 사요~’하면 끝났던 일들이었는데, 플랫폼으로 가니 청구서에 뭐가 다닥다닥 붙으니 실무자들은 좀 불쾌하죠. 정감 없게 뭐 이런 것까지 다 청구하나 싶고요”
- 브랜드 기업의 물류 관리자 B씨
③ 시간만 있었다면
화물운송 플랫폼 고위관계자 C씨는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사실 ‘시간’만 있었다면 화물운송 플랫폼은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의견을 전한 건데요. C씨에 따르면 화물운송 플랫폼 운영에 있어서 화물차주 모집은 의외로 쉬웠다고 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A씨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물량’을 모으는 것이었는데요. 통신사를 포함하여 많은 대기업이 전개하는 화물운송 플랫폼들이 이 ‘물량’을 내부 관계사나 조직에서 얻어내고자 하지만요. 내부 관계사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 물량 지원이 생각보다 어렵거나,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물류 플랫폼이 직접 ‘화주’ 영업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국24시콜화물’이라는 막강한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운영 및 서비스 역량을 플랫폼이 갖출 필요가 있고요. 이는 B씨가 이야기했던 물류 플랫폼의 아쉬움과도 통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화물운송 플랫폼이 단순히 A부터 B까지 이동하는데서 그 역할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돌발 상황에 대한 원활한 대응까지 포함한 세심한 운영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역량을 쌓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C씨의 의견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숱한 우려를 설득하고, 때때로 이어지는 견제를 극복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발전시켜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는 평가인데요. 이를 버티지 못한 통신사의 플랫폼들이 결국 ‘서비스 종료’를 선택한 것이 아니겠냐는 전언입니다.
“제 생각에는 화물운송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선 ‘빅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력한 의지와 자본력이 뒷받침된 대기업이 굳이 자기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고요. 전국24시콜화물, 원콜, 화물맨 등 기존 시장에 자리한 레거시 정보망을 인수하여 들어온다면 시장에 파동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비단 압도적인 1위 정보망인 전국24시콜화물뿐만 아니라 화물맨이나 원콜 같은 플랫폼을 인수하더라도 전략을 짜기에 따라서 1위 정보망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료와 무료 정보망을 투트랙으로 나눠 운영하며, 유료 정보망에서 안 빠지는 주문들은 무료로 공개하는 형태를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운송사 출신으로 현재 화물운송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 A씨
각자의 사정은 있기에
사실 이 세 명의 이야기가 LG유플러스의 ‘화물잇고’와 롤랩의 ‘브로캐리’의 시장 철수 이유를 확연하게 설명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대기업이 뛰어드는 화물운송 플랫폼 시장이 왜 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이유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뉴스레터 주제를 보고 예상한 분들도 있겠지만, 오늘(27일) 열리는 커넥터스 밋업의 토론 주제가 바로 “왜 물류업계에선 성공한 플랫폼이 나오기 어려울까”입니다. 여기 참가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각자 생각하고 계시는 혜안을 공유해주길 바랍니다.
또 오늘 밋업의 호스트가 한솔로지스유의 화물운송 플랫폼 ‘카고링크’거든요?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도 청해들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에 취재를 도와준 기업 관계자들도 이번 밋업에 참가하는데 “다들 한솔로지스유가 이 시기에 어떤 청사진을 품고 물류 플랫폼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참가 이유를 밝혔거든요. 시장에 남아 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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