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는 쿠팡, 네이버 등지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판매자 A씨와 연 수천억원 규모의 브랜드 업체 관계자 B씨의 도움을 받았고요. 동시에 이커머스 판매자 및 브랜드를 대상으로 3자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기업 대표 C씨와 D씨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 모두가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게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1. 판매자, 브랜드의 결핍점
① ‘3PL이 준비된다면’ 안 할 이유가 없죠
A씨는 현재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요일 배송 서비스는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 근거는 ‘쿠팡’의 풀필먼트(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다고 합니다.
A씨에 따르면 명절 기간만 되면 네이버 판매량은 전부 죽어버렸고요. 반면, 쿠팡에서는 명절에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는 공휴일에는 당연히 배송이 안 될 것이라 보는, 그럼에도 쿠팡은 공휴일에도 배송이 된다고 믿는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란 것이 A씨의 해석인데요. 이는 ‘일요일 배송’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전언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공감할 텐데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까지는 주문이 크게 늘고요. 이후 금요일, 토요일에 가까워질수록 주문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광고를 줄이거나 꺼버리고, 일요일 오전부터 광고를 키는 식의 운영 매커니즘이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일요일 배송을 한다면 금요일과 토요일 주문 평균값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네이버, 쿠팡 등지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경험이 있는 판매자 A씨
다만, A씨가 현재 일요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모든 이커머스 고객 주문 대응을 ‘3PL(3자물류) 업체’를 통해 처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는 그가 이용하는 3PL업체가 일요일 배송에 따른 토요일 집화 대응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이 준비되길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일요일 배송을 위해) 토요일에 누군가가 나가서 피킹, 패킹을 하면 인건비 1.5배가 가산되는 등 부담이 생기긴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일요일 배송을 할 생각입니다. 3PL에서 준비만 된다면 말이죠. 물류비가 늘어나더라도 3PL업체가 저희 주문 정보를 알아서 가지고 가서 피킹, 패킹하고 송장 전송까지 누르는 등의 완전한 대응이 가능하다면 비용을 더 지불할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도 3PL업체와 협의하여 일요일 택배 집화 작업은 대응 가능하도록 만들었고요”
- 네이버, 쿠팡 등지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경험이 있는 판매자 A씨
② 직원들이 싫어해요(...)
자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수천억원 매출 규모 브랜드 기업 관계자 B씨는 현재까지 일요일 집화를 포함한 ‘주 6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회사에서 토요일 집화 대응을 포함하는 형태로 ‘주 7일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씨가 전하는 그 이유는 “너도나도 다 한다고 하니까”이고요. 특히 추가 매출이 증가하는 만큼 영업조직에서 주 7일 배송 도입에 대해 적극적이었다는 전언입니다.
다만, B씨는 모두가 주 7일 배송 도입에 의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CS와 물류를 담당하는 실무자들 사이에선 반 정도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말에 나온다면 ‘추가 수당’이 나오는 만큼 좋아하는 직원도 있었지만요. 한 편에서는 남들 다 쉬는 주말에 몇몇 인원들만 나와서 일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고요.
“저희도 일요일 집화 대응 업무는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주문은 항상 월요일에 최대치를 찍는 경향이 있는데요. 토요일과 일요일에 응대하지 못한 주문 대응까지 합쳐지다 보니 현장은 월요일이 가장 바쁜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요일에 나와서 워룡업무를 먼저 처리하고, 월요일에 좀 더 편하게 업무를 하자는 식으로 조직원들을 설득했어요.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에 발생하는 고객 주문은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애초에 주문량이 그리 크지 않은데 굳이 ‘토요일’에 또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이야기가 좀 있습니다.
한 편에선 돈을 떠나서 남들 쉴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주 7일 배송을 한다면 누군가는 주말 근무나 당직을 서야 해요. 이걸 누가 할지가 좀 고민이고요. 당직을 하더라도 이 사람이 몸이 아프거나 하는 이슈가 생긴다면 주말에 일할 사람을 또 구해야 하는데, 이것도 고민입니다. 주 7일 배송이 확산되려면 화주사들이 여기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주말 주문이 적은 상황에서 이걸 하는게 맞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결국 비용과 효율의 문제죠”
- 자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수천억원 매출 규모 브랜드 기업 관계자 B씨
③ CJ대한통운이 폭주하면 어쩌나
B씨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있습니다. 현재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기업이 CJ대한통운(서두에 언급한 ‘한진’ 같은 케이스는 당일배송 기업 V2V와 연계하여 일요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B씨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당장은 ‘일요일 배송’ 서비스에 대한 추가 과금을 하고 있진 않지만요. 언젠가 일요일 배송에 대한 택배비를 인상해버린다면 그때는 대안이 없어지는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그 ‘전조’는 관측되고 있다고 합니다. B씨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4월부터 택배비를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공고를 고객사에게 보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일요일 배송만 특정해서 단가 인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주말 운영에 따른 추가 비용을 화주사에게 과금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B씨는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집화는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모두 제공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토요일 집화, 일요일 배송을 한다는 것은 이용할 수 있는 택배사가 CJ대한통운 하나로 강제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면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 단가를 올리거나, 혹여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파업하는 등 위험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한진이 조만간 수도권 주 7일 배송을 시작하고자 준비 중이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까지 한다면 주 7일 배송을 시작할 거라 생각하지만요. 일요일 배송을 하려면 주말 물량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여기도 셈법이 복잡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기왕 일요일 배송을 한다면 CJ대한통운의 대안이 등장한 다음을 고려하고 있어요”
- 자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수천억원 매출 규모 브랜드 기업 관계자 B씨
2. 3PL의 결핍점
어쩌면 중소 브랜드 및 판매자까지 일요일 배송을 확장하기 위한 ‘열쇠’는 3PL에 있을지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A씨처럼 중소 규모의 브랜드 및 판매자들은 자사물류뿐만 아니라 3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쿠팡 로켓그로스나 네이버배송처럼 플랫폼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와중 자사물류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주 7일 배송에 대한 집화 업무 대응이 가능한 3PL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3PL 업체 대표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① 문제는 ‘비용’이죠
업력 20년이 넘는 3PL 업체를 흑자 운영하고 있는 대표 C씨는 “판매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단 큰 데들은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주 7일 배송에 도전하는 것 같지만, 규모가 작은 브랜드,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고 전했습니다. C씨 역시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고요.
C씨가 전하는 그 이유는 결국 ‘비용’ 때문입니다. 앞서 A씨와 B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사물류를 하든 3PL을 이용하든 주 7일 배송 대응에 따른 운영비용 증가는 필연인데요. C씨에 따르면 그 이상의 매출 증가 효용이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판매자들에겐 없고요. 동시에 주말 근무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판매자들도 있기에 현장에서는 다채로운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현재는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같은 플랫폼들이 주 7일 배송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저희 물류 서비스 이용하는 화주사들은 주 7일 배송 다 싫어해요. 예컨대 주 7일 배송을 하면 마케팅팀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노는데, CS하고 물류팀은 주말에 출근해야 하는 거예요. 경영진은 근로 계약부터 바꿔야 하겠죠. 주 52시간 근무 제약 중 40시간 근무를 맞추려면 누군가는 주중에 쉬고 주말에 출근해야 할 것이고요. 근데 이걸 대체 누가 하고 싶겠어요?
저희 입장에서도 고민입니다.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저희 같은 물류회사들은 기존에 하던 피킹, 패킹 등 물류 업무뿐만 아니라 고객 주문 정보를 수집하고, CS까지 대응해야 될지 몰라요. 근데 이게 다 ‘비용’과 직결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배송 중 파손이 났는데, 교환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왔을 때 물류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상품을 모르니 임의로 응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CS에 대한 기준을 화주사가 마련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도, 책임소지를 따지는 것도 쉽지 않아요”
- 업력 20년이 넘는 3PL 업체를 흑자 운영하고 있는 대표 C씨
② 정말 화주사가 비용 보존 해줄까요?
물론 3PL업체가 주 7일 배송에 투자하는 운영비용만큼의 추가적인 수익을 화주사가 보장해준다면, 좀 더 직관적으로 물류비를 인상해준다면 3PL 업체의 주 7일 배송 도입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다만 여기서 3PL업체들의 선택을 막는 요인이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 화주사가 물류비를 인상해줄지 ‘확신’이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류회사 입장에서 주 7일 배송에 대한 운영비가 더 들어가더라도 그 결과로 인해 더 많은 물량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화주사를 영업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 되겠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 7일 배송이 일반화된 일본 등 여타 국가들과 다르게 아직 주말 배송 물량이 그렇게 크지 않아 그만큼의 시장이 존재할지는 살짝 우려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주말을 포함하여 순환 근무를 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비용도 늘어날 텐데 화주사가 그 비용을 보존해줄까요?”
- 3PL 업체 대표 D씨
사실 판매자 및 브랜드 기업에게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해준다고 제안한다면 그걸 마다할 경영진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실무자들은 고달파도 경영진이 주말에 나가서 물류 까대기를 치진 않을 테니까요.
다만, 이 주 7일 배송에 따른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하면 화주사의 입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CJ대한통운이 일요일 배송에 대한 과금을 다른 요일과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지만요. 언젠가 일요일 배송에 따른 추가비용을 화주사에게 요구하게 된다면 이건 다른 고민거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요.
“결국 돈 문제입니다. 7일 배송 해준다고 하면 화주사들은 당연히 하겠죠. 여기서 전제는 기존과 단가가 똑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7일 배송 해 줄테니 돈 더 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겁니다. 물량도 별로 없는 토요일 집화 때문에 운영비가 10~20% 더 늘어난다고 하면, 화주사들 입장에서는 굳이 하루 더 보내는데 이 돈 쓰는 게 맞나 고민하겠죠. 물류사 입장에서도 주 7일 배송 하니 물류비 올린다고 하면 어떤 화주사가 반겨줄까요? 지금도 물류비 몇 십원 인상한다고 하면 붉으락푸르락 하는 화주사 담당자의 얼굴이 눈에 선할 텐데요. 그렇다면 아예 안 하는 게 맞다 생각할 수 있죠. 시간이 흘러 ‘나 빼고 다 주 7일 배송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연히 하겠지만 말입니다”
- 자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수천억원 매출 규모 브랜드 기업 관계자 B씨
그래요, 주 7일 배송이 확산되지만,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비용’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주 7일 배송이 확산되는 시점은 아마 누군가가 비용 이상의 수익 효율을 증명하는, 그러니까 이 눈치게임이 끝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AI도 모르는 물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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