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게임 엔진’이 공장을 움직인다: 유니티의 디지털트윈이 만든 산업혁명 

“유니티요? 거기 게임 엔진 만드는 회사 아닌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유니티(Unity)의 요즘 행보를 들여다보면, 이 회사는 더 이상 게임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제조, 물류, 건설, 에너지 등 산업 현장으로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선봉에 선 기술이 바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입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의 사물이나 환경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한 것을 넘어,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해 ‘살아 움직이는’ 디지털 모델을 의미합니다.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복제하는 3D 모델링을 넘어서, 센서나 시스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현실에서의 움직임이나 특성까지 가상공간에 연동하여 표현합니다. 즉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가상공간에서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예측 및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유니티의 디지털트윈 기술은 제조, 물류, 건설 현장에 적용돼, 실제 운영을 최적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통합 플랫폼’으로 구동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다임리서치는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용하는 로봇들을 통합 제어하는 데 유니티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임리서치는 투자 비용 30% 절감, 로봇 40대 감축으로 약 40억 원 절감, 기존 12개월에서 설비 설치 시간 3개월 단축, 작업자 교육 시간 단축 및 효율성 증가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증언합니다. 

다른 예로 LX판토스 시화 물류센터에는 LG CNS가 개발한 ‘디지털트윈’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여기에도 유니티 엔진이 기반 기술로 활용됐는데요. LG CNS에 따르면 시화 물류센터는 3D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으로 현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고장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하여 현장 장애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 물류센터의 생산성 및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유니티의 기술은 과거 우리의 상상을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 원 없이 펼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활용됐다면요. 디지털트윈 시대에 들어서선 단순한 시각화 도구를 넘어, 실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장이나 물류창고처럼 복잡한 환경에서 운영 효율화를 고민하는 이들은 이 기술을 통해 설비 구조, 동선, 작업 흐름을 시각화하고 예측, 최적화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트윈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해봤다면 아마 몇 가지 장벽을 만났을지 모릅니다. 설계 부서에서 만든 3D CAD 파일이 개발팀에 전달되지 않고, 각 부서마다 파일 포맷도 다르고, 무겁고, 돌리기도 힘들고... 디지털로 모델링은 되어 있지만, ‘연결’은 끊겨 있다고 느낀 적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바로 이 지점을 유니티는 정면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3D CAD를 만들고도 실제로는 그걸 제대로 못 써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부서마다 파일 포맷이 다르고, 파일 용량이 너무 크고, 누가 만든지, 언제 만든지도 모른 채 방치되니까요. 심지어 같은 모델을 놓고도 설계팀, 생산팀, 품질팀이 각자 따로 작업하죠. 유니티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트윈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용 워크플로우를 정의했습니다. 

먼저 설계 부서에서 만든 각종 3D CAD 파일을 가볍고 호환성 높은 형태로 변환하고, 이를 유니티 엔진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바꿔줍니다. 그래서 웹에서도, 모바일에서도, VR에서도 무리 없이 구현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변환된 3D 모델은 ‘에셋 매니저’라는 도구에 올라갑니다. 웹 브라우저만 있어도 접근 가능한 이 시스템은 모델의 버전을 관리하고, 여러 부서가 협업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여기에 센서 데이터, 사물인터넷 데이터,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신호 등을 붙이면 정적인 모델이 살아 움직이는 ‘디지털트윈’으로 바뀌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이렇게 구성된 디지털트윈은 한 가지 디바이스에만 묶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원래 게임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인만큼, 모바일, 태블릿, PC, 웹, VR, AR, MR(혼합현실, Mixed Reality) 등 다중 플랫폼 배포가 손쉽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제는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3D 모델을 스마트패드로도 보고, VR로도 보고, 현장 직원 교육에도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 못하던 일입니다” 

- 김현민 유니티 시니어 솔루션 엔지니어(인더스트리 담당)

이처럼 유니티는 게임 엔진을 넘어서 디지털 환경 위에 공장과 물류센터를 통째로 옮기고 관리하고,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화는 지금도 산업 현장의 한 가운데서 계속되고 있죠. 이제 이를 실제 제조 및 물류 현장에 적용하여 활용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CHAPTER 2 

HD현대인프라코어 : 매뉴얼이 아니라 ‘체험’으로 배운다 

[유니티에 물었다] 유니티가 왜 갑자기  제조·물류 현장에 등장했나요? 

제조 및 물류현장에서는 다양한 기계 및 설비, 장비가 사용되곤 합니다. 당연히 이를 처음부터 잘 다루는 사람은 없기에, 현장 교육은 필수나 다름없는데요. 이때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는지 기억하시나요? 두꺼운 매뉴얼을 나눠주고, 이론 설명을 하고, 현장에서 실제 장비를 전시해놓고 조작해보는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나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이런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의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고,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텍스트 중심의 매뉴얼이나 동영상으로는 교육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HD현대인프라코어가 고객 경험 중심의 디지털 교육 플랫폼 ‘디벨론 스페이스(DEVELON Space)’를 구축한 배경입니다. 그리고 이를 만들기 위한 중심 기술로 ‘유니티’ 엔진을 채택했죠. 

디벨론 스페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학습 콘텐츠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AR 가이던스입니다. 실제 장비 위에 스마트패드를 비추면, 각 부위에 대한 정보가 AR로 떠오르고요. 고장 진단부터 수리까지 AR로 단계별로 안내가 제공됩니다. 두 번째는 MR 가이던스입니다. 혼합현실 환경에서, 양손 조작 없이 손짓만으로 장비를 조작하고 점검할 수 있는 손 동작 트래킹 기반의 시뮬레이션입니다. 세 번째는 VR 메인터넌스입니다. 이는 고장 난 장비를 가상현실에서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는 유지보수 시뮬레이터입니다. 실제 기계를 다루기 전에 반복해서 훈련할 수 있죠. 마지막은 VR 시뮬레이터입니다. 이는 장비 조작을 처음 배워보는 초보자들이 가상현실 안에서 장비를 운전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조이스틱, 페달 조작 등이 실제와 유사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HD현대인프라코어는 ‘원격 조작 스테이션’이란 이름의 공간을 마련했는데요. 이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조작자가 서울에 사무소에 앉아서, 원격 시스템을 통해 부산 현장에 있는 장비들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김현준 HD현대인프라코어 책임은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건 실제로 구현된 기능”이라고 강조했죠.  

중요한 점은 이 플랫폼이 단순히 멋져 보이는 도구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실제로 현장 교육 시간 단축, 다운타임 최소화, 장비 이해도 향상 같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가 유니티 엔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 같은 제조업체는 막대한 개발자 리소스를 투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니티에는 기술자 풀이 풍부했고요.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콘텐츠 구현이 유연했고, 유니티코리아의 현장 밀착형 지원도 뛰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유니티는 이미 갖춰둔 생태계 위에서 현실적인 비용과 인력으로 디지털 경험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 김현준 HD현대인프라코어 책임 

CHAPTER 3. 

다임리서치 : 100대의 로봇, 누가 먼저 지나가야 할까? 

[유니티에 물었다] 디지털트윈이 산업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A. 세 가지 대표적인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1. 부서 간 단절된 3D 모델을 하나로 통합하여 협업 효율화
2. 현장 장비 교육을 AR/VR로 전환해 학습 효과 극대화 (HD현대인프라코어)
3. 로봇 운영을 AI로 최적화해 필요 로봇 수 감소 (170대로 210대 역할 수행)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수십, 수백 대의 로봇이 돌아다닌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동시에 마주치게 된다면요? 누가 먼저 지나가야 할까요? 사람처럼 눈치 보며 양보하거나, 신호등이라도 있어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의 움직임과 조건을 고려해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인 피지컬 AI,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유니티의 디지털트윈 기술입니다. 

다임리서치는 공장과 물류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이기종 로봇들을 한데 엮어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학습입니다. 로봇이 처음부터 정답을 아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천 번, 수만 번 움직임을 반복하게 해보면, ‘어디서 속도를 줄이고’, ‘어떻게 돌아가야 충돌을 피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각 움직임에 대해 ‘보상’과 ‘패널티’를 주며 로봇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가는 방식이죠. 이게 바로 강화학습이고, 유니티 엔진의 물리 시뮬레이션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가상의 연습게임이 아닙니다. 실제 물류창고에 투입되는 수백 대의 로봇 운영 효율을 결정짓는 기술입니다. 장영재 다임리서치 대표(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 물류창고에서 기존 시뮬레이션 없이 운영할 경우 약 210대의 로봇이 필요했지만, 강화학습 기반 최적화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170대만으로도 동일한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려 40대 차이. 로봇 한 대에 1억 원이라고 보면, 수십억 원이 절감되는 셈입니다. 

다임리서치는 유니티 엔진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해, 로봇의 속도, 가속도, 회전 반경, 충돌 반응까지 실제에 가깝게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KAIST가 개발한 이산사건 시뮬레이션(Event-based Simulation) 기법을 더해 복잡한 이벤트 흐름과 로봇 간 충돌 상황도 현실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는 곧 실제 로봇을 운영 환경에 투입하기 전, 최적의 학습과 검증이 가능한 ‘디지털 훈련소’를 구축했다는 뜻입니다 

“유니티는 누구나 현실적인 비용과 자원으로 디지털트윈을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복잡한 시뮬레이션 코딩이 없어도, 장비 데이터와 CAD 모델만 있으면 누구나 디지털트윈을 현실에서 구동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장영재 다임리서치 대표 

CHAPTER 4. 

이제는 ‘디지털트윈’을 왜 하냐고 묻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류산업 현장에서 디지털트윈 이야기를 꺼내면 이런 반응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거 하면 뭐가 좋아요?”, “현장에 진짜 쓸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보여주기용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효율’을 만들어내는 산업 레퍼런스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CAD 데이터 변환부터 골치였습니다. 한 모델을 열자마자 컴퓨터가 멈추고, 부서마다 따로 관리하다 보니 중복 작업도 많고, 협업도 잘 안 됐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이제는 유니티 기반 디지털트윈을 통해 설계-생산-품질-물류 부서가 동일한 3D 에셋을 함께 보고,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태를 공유하며, 그걸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민 유니티 시니어 솔루션 엔지니어(인더스트리 담당)

“디지털트윈 구축해서 뭐 하냐, 그냥 애니메이션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강화학습을 통해 기존에는 상상도 못했던 퍼포먼스를 구현했고요. 기존 12개월이 걸렸던 공장물류 현장에 설비를 설치하고 물리적으로 테스트하면서 튜닝 및 수정하는 작업 시간을 3개월로 단축했습니다. 이는 유니티 기반 디지털트윈과 강화학습을 통해 이 모든 테스트와 운영 시나리오를 가상에서 사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공장을 지을 때 투자비도 30% 절감했습니다. 굉장히 명확한 수치이자 결과입니다” 

- 장영재 다임리서치 대표

공장과 물류센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티의 디지털트윈은 단절된 3D 설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장비 교육을 체험으로 전환하고, 인공지능으로 로봇 운영을 최적화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산업 현장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유니티 디지털트윈이 산업 현장을 혁신하는 세 가지 방향성 

기존에는 부서마다 다른 포맷으로 사용하던 3D 모델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고 공유합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AR/VR/MR 기술로 복잡한 장비 조작을 직관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다임리서치는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강화학습으로 훈련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