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셰 CEO는 이번 한국 무대에서 그들이 자랑하는 로봇 설비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꺼냈습니다. 바로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물류 운영이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입니다.
그가 직접 제시한 세 가지 키워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y), 호환성(Interoperability), 그리고 유연성(Flexibility)입니다. 각각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공급망과 물류센터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돕는 축입니다. 아래부터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① 불확실성이 당연한 시대의 ‘회복 탄력성’
지난 몇 년간 물류업계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는 ‘불확실성’일 겁니다. 팬데믹과 전쟁, 원자재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트럼프 2기 도래와 미중 패권 전쟁까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사건은 점차 빠른 빈도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빅셰 CEO도 이번 한국 발표 무대에서 이를 거듭 언급했습니다.
그가 현장에서 꺼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y)’입니다. 공급망이 흔들려도, 갑자기 수요가 폭발해도, 기업이 약속한 서비스를 그대로 지켜낼 수 있는 운영 능력. 빅셰 CEO는 이를 “지금 시대의 생존 조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동화가 이러한 회복 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죠.
사실 의아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고정형 물류 자동화 설비는 투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현장 변화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셰 CEO가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 이유는 오토스토어의 경쟁력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이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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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스토어는 겉으로 보기엔 고정된 그리드 구조를 갖춘 자동화 설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처리량과 저장 용량을 서로 독립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작업 중단 없이 필요한 시점에 로봇 수를 늘리거나 포트를 확장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재고가 늘어나면 그리드 모듈을 추가해 공간을 확장하는 식이죠. 즉, 초기 설비 투자 이후에도 변화하는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운영 회복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오토스토어가 내세우는 차별점 중 하나입니다. 기업 성장 단계와 외부환경 변화에 맞춰서 로봇 설비의 규모를 변화시키는 대응이 가능해지니까요.
“저희 오랜 고객 중 하나인 푸마(PUMA)는 팬데믹 당시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고, 갑자기 모든 물량이 온라인으로 몰리는 복잡한 환경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때 푸마는 미리 갖춰놓은 자동화 설비 덕분에 변화한 환경 속에서도 하루아침에 약속한 서비스를 무리 없이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원래 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화 투자에 대한 회수기간이 1년 내로 단축됐습니다. 이것이 자동화가 제공하는 회복 탄력성의 힘입니다”
- 마츠 호블란드 빅셰 오토스토어 CEO
이쯤 되면 질문은 명확해집니다. 팬데믹과 같은 외부 충격이 또 다시 왔을 때, 내 비즈니스는 견딜 수 있을까? 같은 공간, 같은 인력으로 두 배의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면? 빅셰 CEO가 말한 회복 탄력성은 거창한 개념이 아닙니다. 갑자기 시장이 뒤집혀도, 고객의 주문은 문제없이 나가야 한다는 단순한 약속이죠.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내는 기업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② 기술의 호환성, 연결될수록 강해진다면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폐쇄형 시스템’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건, 이 업계에선 이제 상식에 가깝습니다. 오토스토어의 빅셰 CEO도 이번 무대에서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바로 ‘호환성(Interoperability)’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요.
“이 산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호환성’입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처음부터 개방형 인터페이스를 기본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 마츠 호블란드 빅셰 오토스토어 CEO
그의 말처럼 오토스토어는 단일 로봇 시스템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설비 내부 구조가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다른 기술과 쉽게 연동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물류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던 컨베이어나 다른 물류 로봇, 물류 현장 운영과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WCS(Warehouse Control System)까지. 필요하다면 누구나 오토스토어와 붙이고, 떼어낼 수 있도록 열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개방성은 한국 현장에서도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오토스토어의 대표적인 파트너들은 사실 ‘오토스토어’만 설치해주는 회사들이 아닙니다. LG CNS는 오토스토어뿐만 아니라 팔렛타이징 로봇, 피킹 로봇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스마트 물류 플랫폼으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DPS(Digital Picking System)로 유명한 기업 아세테크 역시 그들이 다루는 다양한 자동화 설비들을 오토스토어와 함께 연계하여 설계한 사례가 다수입니다. 카덱스 역시 자체 유지보수 자동화 솔루션과 지능형 피킹 지원 솔루션을 오토스토어와 연계해 호환성에 기반한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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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연결될수록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특정 설비 하나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기술을 연결하고, 필요할 땐 새 기술을 자연스럽게 끌어와서 붙일 수 있는가. 빅셰 CEO가 강조한 개방성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설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자동화를 설계할 때부터 기존 사용하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을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오토스토어 아레나 행사 발표 무대에서 파트너사들이 설명한 운영 전략은, 그 고민의 현재형 답안처럼 보였습니다.
③ 유연성, 리스크를 줄이는 또 다른 무기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기업은 매출만큼이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빅셰 CEO는 이번 발표 무대에서 ‘유연성(Flexibility)’을 마지막 키워드로 꺼내 들었습니다.
그가 설명한 유연성은 단순히 시스템 구조의 가변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넘어서 투자 구조 자체의 유연성을 포괄합니다. 오토스토어는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처리량(Throughput)과 저장 용량(Capacity)을 각각 독립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즉, 같은 설비로 두 배의 물량을 처리하고 싶으면 로봇을 늘리고 포트를 추가하면 됩니다. 반대로 재고가 늘어나면 그리드를 확장해 저장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죠.
이를 위해 오토스토어도 최근 ‘구독형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사가 필요한 만큼만 쓰고, 필요한 만큼만 돈을 내는 모델입니다. 빅셰 CEO는 이를 두고 “5년, 10년 뒤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처럼 유연한 재무 모델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안전장치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내에서는 LG CNS가 오토스토어의 파트너로 이 유연성을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LG CNS는 이를 ‘RaaS(Robot as a Service)’라고 부르는데요. 기업이 필요한 만큼의 로봇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유지보수까지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 덕분에 고객사는 대규모 초기 투자 부담 없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로봇을 활용할 수 있고, 운영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로봇 수량을 증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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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화이트 오토스토어 CCO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고객의 실제 목소리를 덧붙였습니다. 그는 오토스토어에 합류하고 300곳이 넘는 글로벌 고객을 직접 만나면서 공통된 요구사항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물량 증가에도 대응할 수 있는 빠른 처리 속도(Throughput),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새로 붙였다 떼어낼 수 있는 유연한 설계(Flexible Automation), 그리고 공급망 중단에도 끄떡없는 회복 탄력성(Supply Chain Resilience)이었다고요.
그래서 오토스토어는 파트너를 통한 간접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고객사가 시스템을 처음 도입할 때부터 운영, 확장,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에 더 깊게 관여하겠다고요. CCO의 말에 따르면 이는 오토스토어가 단순히 설비를 납품하는 회사를 넘어, ‘함께 문제를 푸는 파트너사’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