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 이들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해 보입니다. 실제 앱 지표를 보면 단기적인 정체 현상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업계에서 지목하는 이 현상의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바로 ‘서비스’의 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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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가격 경쟁력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상품 품질을 신뢰할 수 있을지, 배송은 빠르고 정확한지, 반품은 편리한지 등과 같은 문제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아직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알리익스프레스는 ‘K-베뉴’ 등 국내 배송 전용관을 만들고 빠른 배송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배송 상품에 대한 무료 반품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하죠. 하지만 쿠팡처럼 전국 단위 물류망을 자체 구축한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입니다. 게다가 쿠팡이 이미 주요 물류거점을 선점한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한 투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굳이 선두 주자가 명확해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큰 돈을 들여서 들어올 만한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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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관계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고 확신하고 있었죠. 이 글은 그 대화에서 들은 중국 커머스 기업의 한국진출 시나리오를 세 단계로 나눠 정리한 내용입니다. 읽다 보면, 지금 우리가 보는 트래픽 수치나 랭킹 너머에서, 이미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다른 게임’의 실체가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왜 지금, 한국이냐고요?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한국일까요? 5천만 명 남짓의 작은 이 나라에 중국 플랫폼이 진출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 걸까요? 이 관계자는 단호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충분히 크고, 지금이 가장 뚫기 좋은 시기”라고요.
사실 수치만 본다면 이게 허튼소리는 아닙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커머스 시장입니다.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거론되는 이유는 단순히 인구 숫자 때문이 아니라, 이커머스 사용 빈도와 디지털 소비 역량 때문입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의 고밀도 인구 구조는 물류 효율화 측면에서 이상적인 환경이기도 하죠.
그는 특히 지금처럼 장기 불황 국면이 이어지는 시기, 중국 플랫폼 특유의 ‘가격 경쟁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불황기의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반중 감정이라는 장벽도 ‘가격’이라는 현실적 유인 앞에서는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전히 쿠팡의 상품 가격은 오프라인 채널에 비해서, 특히 신선식품에 있어서는 비싼 품목들이 많은데 중국 플랫폼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본격적인 ‘쩐의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미국은 아마존이 완전히 장악한 시장이었지만, 테무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수십조 원을 퍼부었고, 결국 미국 시장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마존도 테무한테 뺏기고 있는데, 쿠팡은 절대 안 뺏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중국인 거주자들이 많은 서울 서부권에 할인쿠폰과 함께 무료배송을 뿌린다면요? 최소한 한국에 거주하는 100만 명의 중국인들은 그 앱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저 같은 중국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도 쓰겠고요. 불황이니까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고위관계자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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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중국 플랫폼들의 서비스 측면의 한계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유를 기술이 부족해서, 혹은 자본이 부족해서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제 서비스마저도 본격화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분석을 냈죠. 그 근거는 지정학적 흐름,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소액 면세 폐지 등으로 중국발 전자상거래에 본격적인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 리스크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릅니다. 인구는 많지 않지만 구매력은 있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외교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이 부각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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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들을 단순히 기업 논리로만 보면 안 됩니다. 제가 아는바, 그들은 중국 공산당의 지시로도 움직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어느 순간 “한국 공습하라”고 하면, 인프라고 자본이고 부족하더라도 일단 움직이는 겁니다. 미국에 진출할 때도 중국 정부가 항공기 수십 대를 매입해 물량을 밀어 넣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출 물량을 늘려준다는 명분으로, 한중 카페리 선박 규모를 늘릴 수 있겠죠. 중국은 정말 어떤 짓이라도 할 나라입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고위관계자 A씨
승부는 ‘물류’에서 갈린다고요?
그는 중국 플랫폼의 한국 진출 시나리오에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을 ‘물류’에서 찾았습니다. 한국에 창고가 없다면, 일단 한국 셀러부터 장악한다는 것이고요. 이건 이미 시작됐습니다. 앞서 설명한 알리익스프레스의 K베뉴가 대표적인 사례고, 테무도 국내 셀러들을 모으고 있죠. 먼저 오픈마켓 형태로 셀러들이 구축한 물류망을 바탕으로 국내 서비스를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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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물류 인프라 확충입니다. CJ대한통운이든 한진이든, 심지어 국영 기업인 우정사업본부든. 트래픽이 넘쳐날 가능성이 있는 중국 플랫폼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된다면, 이들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물류기업들은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이러다가 일정 규모가 넘어선다면 결국 중국 물류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직접 진출하는 형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예측이었습니다. 이미 시장 안에서는 중국 플랫폼들과 현지에서 계약하던 중국 물류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모습들이 하나둘 보이고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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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국내에 확보할 괜찮은 입지의 물류센터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는 중국 산동성의 해상 물류 인프라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산동성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배편이 다음날 아침에 한국에 도착합니다. 만약 이 물량에 요즘 한국에서 늘어나고 있는 ‘수도권 당일배송’ 물류업체의 서비스를 연계한다면, 한국내 물류센터를 짓지 않고도 익일배송이 가능해진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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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의 마지막 조각은 ‘라스트마일 배송’입니다. 최근 헝그리판다가 한국에 진출하여 외국인 배달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안에는 이미 규모 있는 중국인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이들은 저단가에도 반응하는 배송 인력 풀로 활용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배송기사들에게는 단가가 낮은 배송료도, 중국인 입장에서는 현지와 비교하여 꽤 괜찮은 수익이 될 수 있죠.
실제로 외국인 불법 배달원 문제는 커넥터스에서도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요. 중국 플랫폼들은 정부 규제에 민감한 한국 플랫폼과는 다르게, 외국인들에게 더 편안한 앱 사용성을 주면서 규제로 적발하지 못하는 틈새를 적극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전국 단위로 배송모델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도, 외국인 배송 인력 확보가 쉬운 일부 지역에 한해서는 영향력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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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중국 플랫폼의 국내 확산에 가장 큰 장벽은 ‘서비스’라고 이야기했죠. 어쩌면 이 서비스는 중국 플랫폼들의 국내 진출 본격화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기엔 낮은 수준일지 몰라도, 구조를 장악한 뒤엔 그 서비스마저 개선될 수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쿠팡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국내의 네이버가 아니라, ‘알테쉬’라 칭해진 C커머스 플랫폼들이 될지 모릅니다.
여기까지 읽어본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 시나리오를 단순히 ‘불가능’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 가능성을 직시하고 ‘다음 수’를 고민하시겠습니까? 답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생각에 여백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커넥터스는 앞으로 실체화될 그 흐름과 변화를 계속 추적해 전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