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확장
이처럼 카카오는 카나나 in 카카오톡과 챗GPT for 카카오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인터페이스를 먼저 카카오톡 안에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의도를 실제로 ‘끊김 없이’ 실행해 수 있어야만, 진정한 에이전틱 AI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갖춘 B2C 서비스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이 모든 작업을 완결하기 어렵습니다. 쇼핑·로컬·커뮤니티·금융·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영역을 카카오 홀로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습니다. 커머스 서비스를 예로 들더라도 ‘선물하기’는 국내 독보적 1위지만, 마켓플레이스인 ‘톡스토어’는 경쟁 서비스 대비 존재감이 낮아 실적공개에서도 빠질 정도죠. 결국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실행’을 카카오 혼자 제공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카카오는 두 번째 단계, 바로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챗GPT for 카카오 공개와 함께 선보인 ‘카카오 툴즈’는 에이전틱 AI가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는 실행 레이어입니다. 현재 카카오맵, 선물하기, 멜론의 에이전트가 연동되어 있고, 곧 그룹 내 금융과 모빌리티 특화 에이전트까지 확장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곧, 카카오톡 안에서 길 찾기 → 예약 → 결제 → 이동이 하나의 대화 흐름에서 실행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외부 파트너’입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025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내년부터 규모나 역량과 관계없이 누구나 카카오의 인증 및 보안 체계 안에서 에이전트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먼저 커머스, 여행, 금융 등 사용자들이 매일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대형 서비스(숏헤드 파트너)와는 직접 연결을 추진합니다. 구체적인 사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미 다수 파트너사로부터 협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죠. 즉, 카카오가 직접 커버하기 어려운 서비스 영역을 외부 핵심 플레이어들과 연결해 카카오톡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AI 실행 경험을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한 편에서 소수의 취향과 목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롱테일 서비스’와도 협력합니다. 여기에서 카카오는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누구나 에이전트를 등록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MCP, 에이전트 빌더 같은 개발 도구를 공개해 중소 서비스 개발사가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자체 AI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배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결국 “AI 시대의 새로운 앱 생태계를 카카오톡 안에 구축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카카오는 무엇을 노리는가
카카오는 대화만으로 모든 서비스가 ‘실행’되는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순한 기술적 업데이트가 아니라, 사용자 행동 자체를 바꾸는 전환이라 봤습니다. 정신아 대표는 “이용자가 직접 앱을 찾아가 복잡한 선택을 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AI와의 대화만으로 서비스가 실행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 청운이 현실화가 된다면, 사용자의 행동 동선은 자연스럽게 ‘카카오톡 중심’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아 대표가 말한 ‘앱을 찾아가던 시대의 종말’은 결국 “사용자의 시간을 카카오톡 안으로 다시 끌어오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톡 체류 시간이 ‘정체 또는 하향 안정화’되는 상황을 겪고 있었습니다. 메신저의 특성상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요. 심지어 비대면이 강제화된 코로나19 시기에도 카카오톡의 평균 체류시간 증가는 10초 내외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9월 카카오톡 개편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 일평균 체류 시간은 종전 24분대에서 26분에 근접하는 변화가 나타났고요. 친구들의 소셜 피드를 열람할 수 있도록 바뀐 ‘친구탭’과 숏폼 영상 피드가 들어선 ‘지금탭’에서는 3분기 평균 대비 10% 이상 체류 시간이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 이후 ‘체류시간 20% 증가’를 목표로 밝혔는데, 그 시작부터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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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AI 또한 카카오의 이러한 목표를 지원하는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챗GPT for 카카오는 아직 론칭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사용자 체류 시간 변화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출시 10일 만에 서비스 이용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고, 활성 이용자 1인당 평균 체류 시간은 11월 6일 기준으로 4분이나 늘어났습니다.
정 대표는 “이 변화는 시작 단계로, 앞으로 카카오톡의 체류 시간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하겠지만, 설사 이게 잘 안 되더라도 카카오톡 안에서 검색을 일상화하고 더 오래 머문다는 변화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체류 시간 증가는 곧 카카오가 메신저를 넘어선 AI 서비스의 확장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신규 수익 창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함께 말이죠.
여기서 카카오가 왜 이토록 AI 에이전트를 카카오톡에 붙이고 싶은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류시간 증가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 카카오톡 기반 광고와 커머스 사업 매출 증대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카카오톡의 톡비즈 광고는 지금도 그룹 내 가장 높은 매출 기여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 자체로 디스플레이 광고 노출은 늘어나고요. 소셜 및 숏폼 영상 피드 중간중간에 새로운 광고 구좌를 만들어서, 수익화를 노릴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개편된 카카오톡 안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