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이커머스 플랫폼 총괄 임원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미 선두 플랫폼들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서로의 멤버십 고객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와중, 반복적인 구매가 일어나는 일상 소비재 영역의 경쟁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 모습이었습니다.
와중 이분에게 보인 기회는 ‘버티컬’에 있었습니다. 수백만에 달하는 고객 풀 중에서 리빙, 뷰티, 패션 버티컬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이 눈에 띄었고요. 상위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하여서는 170%나 높은 객단가가 또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고객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는 콘텐츠나 크리에이터를 통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행동을 보였죠. 이미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 소셜미디어 공동구매. 바로 여기서 가격과 구색 경쟁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 틈새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플랫폼은 버티컬을 더욱 세분화했습니다. 예컨대 가전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그 안에서도 음식물 처리기나 로봇 청소기처럼 고객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소구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았고요. 웰니스 안에서는 ‘아침루틴’ 카테고리를 선점하고, 여행 카테고리 안에서는 ‘호캉스’라는 키워드를 발굴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쪼갠 카테고리 안에서 브랜드와 콘텐츠 IP, 팬덤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를 매칭했습니다.
실제 업계의 흐름은 이분의 의견을 뒷받침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025년 10월 기준 종합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전문몰 거래액은 이를 4배 가까이 상회하는 8.2%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한편에서 최근 소셜미디어와 플랫폼 사이에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그 자체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가 커머스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발견형 커머스’라 칭하는데요. 양강 종합몰과 상위 전문몰, 그리고 소셜미디어 플랫폼까지. 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을 보니 우리 또한 이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새삼 느낍니다. 요즘 이상하게 ‘틱톡’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혹 흥미로운 이야기 있으면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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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광장시장에서 꽤 인기 많은 꽈배기 집 옆에 뷰티 매장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매장의 이름은 와이레스(YLESS). 김고은 멀티밤(얼굴 전체에 보습 기능을 제공하는 스틱 형태의 화장품)으로 유명한 뷰티 브랜드 ‘가히’를 전개하는 기업 코리아테크가 운영하는 매장입니다. 참고로 코리아테크는 ‘가히 멀티밤’의 히트로 2021년 2621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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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스 매장 안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과 메이크업을 받는 고객들의 모습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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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방문한 매장 안의 분위기는 화장품점이라기엔 새삼스러웠습니다. 메이크업샵이나 뷰티살롱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고 할까요? 여러 사람들이 거울 앞에 앉아 직원들의 뷰티 케어를 받고 있었고요. 이들 대부분은 한국인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 남성인 저도 이러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지 물었는데, 대기 신청을 하면 곧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개인 피부톤에 맞는 컬러 진단과 함께 메이크업을 함께 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던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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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스 퍼스널 케어 예약자 명단. 대부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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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테크가 와이레스라는 이름의 매장을 전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북촌을 시작으로 망원시장, 부산 신선대(이건 문을 닫았습니다.)에 이어 4번째 매장 입지로 광장시장을 선택한 건데요. 단일 뷰티 브랜드가 운영하는 로드샵의 시대가 저물고,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멀티샵과 브랜드 직영 D2C(Direct to Customer) 자사몰이 떠오른 지 오래인데 ‘오프라인 매장 확장’이라니. 이 브랜드의 공격적인 매장 확장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이 목표라고요?
더욱이 생소한 것은 와이레스라는 매장이 지향하는 지점이었는데요. 매장 곳곳에는 와이레스를 ‘글로벌 뷰티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는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브랜드가 플랫폼에 도전한다? 누구나 하고 싶을 수 있지만,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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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스 광장시장점에 보이는 ‘글로벌 뷰티 플랫폼’ 소개문구. 입구부터 매장 레이아웃까지.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풀풀 풍긴다.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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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인 플랫폼도 PB를 전개하며 선수로 뛰는 시대니 못할 거 뭐 있나 싶을 수 있지만, 선수가 심판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플랫폼 트래픽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 브랜드까지 ‘구색 확장성’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고, 혹여 확장성을 만들더라도 추후 입점 브랜드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위험도 따라오죠. 숱한 플랫폼들이 PB 밀어주기 논란을 달고 사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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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도 생소하게 들렸습니다. 흔히 한국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이라고 한다면 아마존이나 틱톡샵, 세포라나 울타뷰티 같은 진출 국가 현지에서 트래픽을 갖춘 거대한 온·오프라인 유통기업과의 협업이 필수로 여겨집니다. 이들에 입점하여 매출과 영향력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글로벌 자사몰을 활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일반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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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는 와이레스는 한국에서 오프라인 매장부터 전개하고 있으니, 확실히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이건 오히려 올리브영 같은 거대 유통기업이 명동이나 성수의 플래그십 매장을 활용하여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들의 글로벌몰 재구매를 유도하는 전략과 닮아있는데요. 실제 와이레스 방문 고객의 70%는 외국인으로, 애초에 매장 입지도 ‘외국인 관광객 상권’을 지정하여 침투한 것이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올리브영N 성수’는 매출 아니라, 방문객들의 시간을 지배하고 싶다, 커넥터스]
‘진심’을 담은 확장 전략 : Winks at Luxury
결론부터 밝히자면 코리아테크는 이 사업에 ‘진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코리아테크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와이레스는 태생부터 ‘글로벌 뷰티 플랫폼’을 목표로 한 사업이 맞고요. 특히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 됐습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아마존과 같은 현지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디 브랜드의 성장 구조를 극복하고, 한국 뷰티 브랜드를 위한 새로운 대안 판로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요. 아직 와이레스의 매출이 코리아테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이미 코리아테크 내에서는 가히 다음 ‘핵심 사업’으로 여기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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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스 광장시장점에 붙어있는 ‘Winks at Luxury’ 카피라이트. 여기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럭셔리 이상의 품질을 만들어 내는 인디 브랜드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와이레스의 각오를 담았다.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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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레스의 전략 키워드는 ‘듀프(Dupe)’입니다. ‘복제(Duplication)’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흔히 이야기되는 짝퉁과는 용처가 다릅니다. 짝퉁이 럭셔리 브랜드의 모양새만을 따라한 모방품이라면, 듀프는 원본이 되는 제품 이상의 품질을 추구하되 그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전개되는 상품을 의미하죠. 와이레스 역시 럭셔리 뷰티 브랜드와 비교하여서도 꿀리지 않는, 오히려 능가하는 품질의 상품 개발 및 소싱에 힘을 쏟고요. 기존 플랫폼에 투입됐던 중개 수수료와 광고 비용을 최소화하여 ‘합리적인 가격’에 반영한다는 전략을 갖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같은 브랜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딱히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고객이 인지하고 찾아옵니다.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고객 접점에 있는 오프라인 채널을 꾸준히 운영한 것이 고객을 잡을 수 있었던 주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더독이지만 품질은 럭셔리를 능가하는 걸 만들어 내고자 집착합니다. 당장 가히의 히트 제품인 멀티밤은 뷰티 업계에서 연어 추출 DNA 조각(PDRN)을 가장 먼저 사용했습니다. 그보다 좋은 성분을 찾으려고 하니 이제 캐비어밖에 없더군요. 우리는 2년 동안 매일 700만 원 어치 캐비어를 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친짓처럼 보이는 이런 행동을 계속 한다면, 고객들이 믿어주는 시점이 온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가짜로는 진짜를 못 만듭니다. 앞으로 와이레스에서 터지는 히트 제품도 이러한 진짜 중에서 나올 것입니다”
- 코리아테크 고위관계자
아직 산적한 과제와 국가급 플랫폼의 청운
짤막하게 뷰티 브랜드인 가히가 왜 ‘와이레스’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지 정리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 그들이 ‘글로벌 플랫폼’인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아직 도전 과제는 산적해 있고, 실제로 현시점 와이레스의 비즈니스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코리아테크가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들의 ‘대안 판로’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흥미로운 이유는 어쩌면 ‘앞으로의 기대’ 때문입니다. 코리아테크는 불과 1년 안에 와이레스에 유통하기 위한 뷰티 브랜드 26개를 만들고, 1,500여개의 상품 SKU(Stock Keeping Units)를 전개했습니다. 뷰티 브랜드 업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디 브랜드들은 하나의 브랜드, 몇 개의 SKU를 늘리는 것도 힘겨워 하는데요. 심지어 와이레스는 이 성과를 고작 30명의 상품기획 인력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죠.
그리고 와이레스의 지향점은 K-뷰티판 ‘쉬인(Shein)’에 가깝습니다. 쉬인이 중국의 초저가 패션 제조 기반으로 상품을 글로벌로 유통하면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면요. 와이레스는 한국의 뷰티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플랫폼을 만들고자 합니다.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한국에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우수한 제조기업이 있고요. 가볍고 부피가 크지 않고, 마진율이 높은 뷰티 카테고리는 높은 크로스보더 물류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K-콘텐츠의 바람이 새로운 글로벌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쉬인’ 같은 글로벌 뷰티 플랫폼이 한국에서 나온다면 이건 국가급 경쟁력이 될 수 있겠죠.
오늘 콘텐츠는 프리뷰입니다. 현장 인터뷰를 통해 청해 들었던 와이레스의 구체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은 다른 커넥터스 콘텐츠를 통해 더 자세히 풀어보고자 합니다. 국내 어떤 대기업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의 청운을 이 브랜드가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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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한 중국 물류 사업가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가방 브랜드 소식을 전해줬는데, 그 스토리가 재밌습니다. 중국이 하도 글로벌 거대 패션 브랜드들의 OEM, ODM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 제조 기술이 어마무시한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을 전개하는 곳이 생겼다고요.
이분이 소개해 준 가방 브랜드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인데요. 한국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 상품들을 살펴보니 미니멀한 디자인에 불과 몇 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 눈에 띕니다. 요즘 로고 플레이를 하지 않는 ‘조용한 럭셔리’가 업계의 트렌드가 됐는데, 그 흐름에 부합하는 제품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마치 ‘포터맛 유니클로’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또한 ‘듀프’입니다.
흥미가 돋아서 인터뷰를 연결해 줄 수 있냐고 그분에게 물으니 브랜드 대표님이 중국에 계시는데, 출장도 가능하냐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래서 “혼자 가긴 아쉽고, 커넥터스 밋업을 중국에서 열어 보면 어떻겠냐”고 역제안을 했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함께 견학 가실 업계 분들을 모객하고요. 중국에 계신 분들이 현지 공장부터 물류 현장까지 볼거리를 연결해 준다면 꽤 재밌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겸사 인터뷰 콘텐츠도 만들고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분도 좋다고 하셔서 조만간 만나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춘절이 지나고 공장 인력 개편이 있을 예정인데 그 이후 시점을 잡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요. 2026년 할 일이 이렇게 하나 더 추가됐는데요. 커넥터스는 내년에는 좀 더 자유롭게, 많은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연말에 갑자기 돈 들어올 일이 많아져서 현금흐름에 여유가 생길 것 같거든요. 이런 게 사업의 즐거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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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가 구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취재를 통해 대신 알려 드립니다. 인공지능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 커머스, 물류업계 비즈니스와 이슈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제보주시면, 커넥터스가 대신 취재하여 알려 드립니다. 지금은 ‘포워딩 업계의 정산 돌려막기’ 관련 취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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