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커넥트 :
국가 단위 AX ‘실행’ 계획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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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을 막론하고 AX(AI Transformation)가 이야기되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의 논의는 대부분 선언에 가까웠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는 늘 모호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가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가 AX를 더 이상 전략 구호로 남겨두지 않고, 구체적인 예산과 과제로 집행되는 실행 계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24일 열린 맥스(M.AX, 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얼라이언스 1차 정기총회에서 산업부는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내년도 제조 AI 전환 중점 추진 과제로 1) 데이터 생성·공유·활용, 2) 로봇·자동차·공장 등 부문별 AI 모델 개발, 3)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4) 다크팩토리 기술 확보를 통한 AI 팩토리의 수출 산업화, 5) 지역 AX 확산이라는 다섯 개 축을 제시했고, 여기에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전제로 한 구조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유통·물류의 위치 역시 달라졌습니다. 유통과 물류는 더 이상 제조의 후방 공정이나 지원 영역으로만 다뤄지지 않습니다. AI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고, 그 경험을 다른 산업과 해외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연결점이자 핵심 무대로 설정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부는 맥스 얼라이언스 분과 중 하나로 ‘AI 유통분과’를 합류시켰고, 11월에는 ‘AI 유통·물류 분과’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유통·물류는 그 자체로 팩토리, 로봇, 자율운항선박, 미래차 등 다른 분과들과도 직간접적으로 맞물리며, AX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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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얼라이언스 1차 정기총회에서 소개된 10개 분과. 산업부에 따르면 12월 기준 1,300여개 AI 수요 및 공급기업, 연구기관 등이 맥스 얼라이언스에 참가했으며, 커넥터스도 그 중 하나로 유통·물류 분과에 합류했다.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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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호 맥스 얼라이언스 AI 유통·물류 분과위원장(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은 1차 정기총회에서 “제조와 유통, 물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다”며 “그동안 유통·물류 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규제 중심이었는데, 산업 진흥을 목표로 하는 맥스 얼라이언스에 유통·물류가 본격 편입된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유통·물류를 바라보는 정책 시선이 관리 대상에서 실행 파트너로 이동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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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호 위원장이 발표한 유통물류 AX 얼라이언스의 2025년 성과와 그룹별 역할. AI유통 얼라이언스는 맥스 얼라이언스 합류에 따라 ‘AI 유통물류 얼라이언스’로 확대 개편됐다.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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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이번 정기총회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AX는 기술 시연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정책 방식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대규모 장기 R&D보다, 1~2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과제를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매칭하고, 상황에 따라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신용민 산업부 제조AX TF팀장은 이날 “AI 시대의 기술은 1년도 아니고 6개월마다 급변한다”며 “자율주행 기술만 봐도 오랜 기간 룰베이스 방식으로 발전하다가, E2E(End to End) 방식으로 전환되며 판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 역시 PoC(개념증명)와 프로그래밍 등 목표 수정이 가능한 유연한 과제 비중을 높이고, 상황 변화에 맞춰 대응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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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산업부와 맥스 얼라이언스가 유통·물류에 기대하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복잡한 공간, 사람 중심의 작업, 안전과 비용 제약이 동시에 얽힌 현실 환경에서 AI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역할, 그리고 그 경험을 다른 산업과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역할입니다.
과분하게도 커넥터스 역시 맥스 얼라이언스 AI 유통·물류 분과 참가 기업으로 초청받아 이번 정기총회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이날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2026년 산업부의 유통·물류 AX 정책 변화를 세 가지 실행 계획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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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K유통의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AX 실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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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얼라이언스 AI 유통·물류 분과가 2026년 유통·물류 AX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꼽은 키워드는 ‘K유통의 활성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에 거주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유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에게도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뷰티·식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연결되는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을 K유통의 역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물류의 역할은 필연적으로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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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유통·물류 분과에 따르면, 이미 현지 경쟁 상품 조사·분석, 글로벌 트렌드 분석 등을 지원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3건은 구축이 완료됐습니다. 향후에는 통관 절차 자동화 등 실제 수출 과정의 병목을 해소하는 AI 모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구축할 계획입니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수출 실무를 직접 보조하는 AI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AI 유통·물류 분과가 밝힌 두 번째 축은 ‘피지컬 AI’, 보다 구체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의 지능화 및 자동화 솔루션 개발과 실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능화는 계산대 인력을 없애거나 키오스크를 늘리는 수준이 아닙니다. 매장 내 고객 동선과 체류 시간, 상품 진열과 재고 흐름, 직원의 반복 작업과 안전 문제까지를 하나의 운영 시스템으로 묶고, 지능화된 로봇과 AI가 이를 보조하거나 일부를 대체하는 접근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전략이 대형 유통사만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맥스 얼라이언스 유통·물류 분과에는 대규모 유통 조직뿐 아니라, 지역 기반 유통 조직과 소규모 사업자들의 니즈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장중호 AI 유통·물류 분과위원장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까지 로봇 기반의 지능형 매장을 2026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겠다”며 “이를 통해 전 국민이 일상에서 AI를 체감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과제는 자율 입출고 AX 시범모델 개발입니다. 맥스 얼라이언스가 바라본 물류 자동화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입출고’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 영역에 맥스 얼라이언스 AI로봇 분과에서 연구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결합해, 기존 대비 운영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실증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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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호 위원장이 밝힌 2026년 유통·물류 AX 얼라이언스 운영계획 ⓒ커넥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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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은 산업부가 강조해온 AX 정책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대규모 장기 R&D보다, PoC 중심의 단기 실증과 빠른 고도화, 현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유통·물류 분과 역시 매장 자동화 설비 및 시스템, 운영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모델을 단계적으로 실증하고, 이를 AX 스프린트 과제와 연계해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2026년 유통·물류 AX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이 아닙니다. AI가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인지, 더 나아가 ‘확장 가능한 모델’인지 검증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매장과 물류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AI는 더 이상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여기서 검증된 구조는 제조, 서비스, 그리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의 시험 과정과 변화도 계속해서 기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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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로봇이 일하는 모습입니다. 매장에서, 물류센터에서, 사람 대신 움직이는 기계들 말이죠. 산업부의 유통·물류 AX 추진 계획 역시 ‘피지컬 AI’와 ‘자동화’를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계획만 놓고 보면, 현장은 곧바로 바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 본 사람들은 다른 질문부터 던집니다. 완전 자동화된 물류 현장에서 로봇이 넘어지면, 누가 일으킬까요? 혹여 로봇을 일으키기 위한 또 다른 로봇이 필요하진 않을까요? 다시 말해 자동화된 현장에서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예외를 누가 정의하고, 누가 규칙으로 만들며, 최종 운영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자동화의 가장 큰 함정은, 이런 질문들이 정리되기 전에 자동화 설비와 첨단 AI 기술부터 들어오는 순간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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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커넥터스가 소개한 ‘풀필먼트 테크 리더’의 이야기도 같은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자동화율이 높아질수록 현장은 더 안정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처리 용량이 설비에 고정되며 성수기에 오히려 더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사람이 하던 즉각적인 판단과 유연한 대응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옮기는 순간, 역설적으로 그것이 가장 큰 병목이자 비용 발생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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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I는 예측하고 추천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어디까지 실행할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지, 예외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이 역할이 설계되지 않으면, AI는 현장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실제 투자자나 기자들이 방문할 때만 자동화 설비를 가동시킨다는 어느 물류기업의 슬픈 사연처럼요.
시장에는 AI에 대한 낙관론이 넘쳐나지만, 커넥터스는 동시에 그 한계와 마찰 지점도 함께 기록하려 합니다. 그래야만 AX가 왜 늘 현장에서 어렵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지를 실무자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넥터스는 그 순간들을 계속 따라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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