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서 올리브영의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은 3만 원 미만 구매 시 배송비로 5,000원을 부과해요. 컬리의 즉시배송 서비스 ‘컬리나우’는 구매 금액에 따라 1,900원에서 4,900원까지 구간별 배송비를 받고, 5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만 무료 배송을 제공하고요. 두 서비스 모두 1시간 내외에 배송되는 퀵커머스인데, 공통점이 있어요. ‘빠른 배송을 원한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논리를 소비자에게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함께 보면 좋아요!: CJ올리브영 MFC 성남점 탐방기: 일 8000건 주문 수행 비결은 자동화?,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컬리식 퀵커머스 ‘컬리나우’를 둘러싼 4가지 의문점, 다 알려드림, 커넥터스]
속도에 값을 매기는 시장이 온다면
배달비 유료화가 자리 잡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요. 퀵커머스 배송비 유료화는 지금 그 초입에 있고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아마존이 이번에 보여준 것처럼, ‘얼마나 빠르게 받을 것인가’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그 선택에 값을 지불하는 구조가 한국에서도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일단 운영단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앞서 이야기했던 올리브영과 컬리뿐만 아니라 네이버(지금배달)도, SSG닷컴(바로퀵)도 더 빠른 배송 옵션을 강화하고 있고요. CJ대한통운을 비롯한 여러 물류기업들이 기존 당일출고·익일배송 기반의 택배 옵션에 더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더 빠른 배송 선택지를 추가하고 있거든요. 이를 도입한 커머스 기업들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빠른 배송의 선택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예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퀵커머스 ‘지금배달’ 등장의 의미, 진짜 걱정할 곳은 쿠팡보다 배민 같은데요?, 커넥터스]
[함께 보면 좋아요! : SSG닷컴 퀵커머스 ‘바로퀵’ 확장이 만든 신규 물량의 기회, 배민의 맞수, 커넥터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물류비 지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인데요. 단서는 이미 있어요. 소비자가 더 빠른 배송 서비스에 돈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내고 있거든요. 쿠팡 와우 멤버십 월 7,890원, 배달의민족 배민클럽 월 3,990원. 이 금액 안에 빠른 배송에 대한 대가가 녹아있어요. 소비자는 ‘건당 배송비’라는 형태로 인식하지 않을 뿐, 이미 속도에 값을 일부 치르고 있는 셈이에요.
문제는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냐는 거예요. 멤버십 하나로 모든 배송 운영비용을 감당하는 건 플랫폼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거든요.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 비용을 멤버십 정액 안에 무한정 흡수하기는 어려워요.
그렇기에 쿠팡이 로켓프레시 이용 고객에게 1만 5,000원의 최소 주문금액을 요구하는 것이고, 컬리가 컬리멤버스 멤버십 고객의 무료배송 쿠폰 사용 조건으로 2만 원 이상(비멤버십 고객 4만 원 이상 무료배송)의 최소 주문금액을 요구하는 거예요. 이번에 아마존이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기존 D+1일과 D+2일 배송은 무료로 유지하면서, ‘1시간 배송’과 ‘3시간 배송’에만 별도 요금을 붙였죠.
핵심은 선택권이에요. 아마존의 배송 메뉴판이 강요가 아니라 선택지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어떤 속도를 원하는지’를 고르게 하면 추가 요금에 대한 저항감은 낮아져요. 오늘드림과 컬리나우가 조건부이긴 해도 유료 배송비를 안착시키고 있는 것도, 결국 소비자 스스로 그 서비스를 선택했기 때문이에요.
배달비가 공짜에서 ‘당연한 비용’으로 바뀌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배송 속도에 값을 매기는 구조가 자리 잡는 데는 그보다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시장의 인식은 한번 바뀌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든요.
아마존의 이번 발표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 이유예요. 어쩌면 가까운 시일에, 쿠팡이 지역별로 구축한 배송거점 인프라와 쿠팡이츠의 즉시배송 인력망을 엮어 1시간·3시간 배송 서비스를 만들고, 거기에 부가 요금을 붙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