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앱에서 오후 11시 전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합니다. 그 배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일반 소비자라면 막연하게 컬리가 고용한 기사가 문 앞까지 배송해주겠거니 생각하겠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컬리는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지 않습니다.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이 위탁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사는 다시 운송사와 계약을 맺어요. 운송사는 배송기사들을 모집해 실제 가정집 배송을 수행합니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기사들과는 고정 물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입계약을 맺고, 산발적으로 튀어오르는 물량에는 ‘용차’를 수배해 대응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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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에서 위탁 운영사는 지역별 배송센터를 맡아 여러 운송사들과 협력합니다. 배송센터는 쿠팡의 ‘캠프’처럼, 컬리 풀필먼트센터에서 넘어온 물건을 받아 권역별로 분류하고 배송기사들을 출발시키는 거점이에요. 유진소닉, 동방, 운창로직스 같은 중견 물류기업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고, 운영사 아래에서 실제 차량을 대고 기사를 관리하는 게 운송사입니다.
컬리 넥스트마일이나 위탁 운영사가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하면 되지, 왜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가 생겼는지 의문일 수 있어요. 하루에도 수십에서 100대 가까운 차량들이 권역별로 움직이는데, 물량에 맞춰 이들을 구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사가 성실하게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니까요.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조라는 겁니다.
컬리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컬리와 위탁 운영사의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지방권은 매년 1월, 수도권은 4월이에요. 이 시기에 맞춰 위탁 운영사도 운송사와, 운송사도 다시 배송기사와 1년 단위로 지입계약을 체결하죠.
물량은 늘었는데, 단가는 낮아졌다
올해 초부터 이 계약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컬리 물동량이 빠르게 늘었어요. 컬리N마트 론칭과 네이버 협력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전년 대비 30~40%까지 주문량이 증가했다는 전언입니다.
그런데 컬리가 올해 계약 갱신에서 운영사에 제시한 단가는 오히려 낮아졌어요. 물동량이 늘었으니 건당 운송료를 낮춰도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인하 폭은 약 10%. 지방권은 1월, 수도권은 4월 계약 갱신에 반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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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들은 이 단가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규모 물량을 쥔 플랫폼 화주사 앞에서 물류회사의 협상력은 크지 않으니까요. 낮아진 단가는 그대로 운송사에 전가됐고, 운송사가 고정기사를 모집하는 지급 단가에도 반영됐습니다.
용차 요금이 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시점에 현장에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컬리는 풀콜드체인을 고수합니다. 냉장·냉동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저온 환경에서 배송한다는 원칙이에요. 그래서 컬리 라스트마일에 투입되는 차량은 반드시 저온 탑차여야 합니다. 쿠팡처럼 상온차로 배송할 수 없어요.
저온차 수요는 컬리 물량 급증과 함께 올라갔지만, 쿠팡 물량을 수행하던 상온차로는 이 공백을 메울 수 없었습니다. 저온 탑차는 단열재 두께부터 냉동기 설치까지 차량 구조 자체가 달라 단기에 공급을 늘리기도 어렵고요. 수요는 오르고 공급은 제한된 상황, 용차 수배 비용이 뛸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하루 기준 20~30만 원 하던 컬리 용차 비용이 40~50만 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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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습니다. 용차 오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콜을 받듯 수배할 수 있는 앱과 단톡방이 확산되면서 기사들 사이에서 정보 공유가 빨라졌어요. 고정 계약으로 월 600만 원을 받느니, 용차로 골라 일하면서 900만~1,0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기사들이 늘어난 겁니다.
고정 기사들이 떠났다
운송사들이 운영사의 계약 단가 인하에 맞춰 고정기사 지급 단가를 낮추자, 1년 계약이 끝난 기사들은 재계약 대신 용차를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차를 하면 고정보다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 컬리 용차 수요는 고정 물량만큼 매일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거든요. 돈은 더 많이 받고 안정성까지 높아진 마당에 지입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고정 기사가 빠진 자리는 다시 용차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배송센터 중 일부는 전체 투입 차량의 40~50%가 용차로 채워지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운송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컬리에서 받는 단가는 낮아졌는데 실제로 지출하는 용차 비용은 올라갔으니까요. 현장에 따라 배송센터 한 곳에서 한 달에 1억 원 가까운 손실이 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누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운송사 한 곳이 월급날 잠적하는 일까지 있었어요. 그날 수십 대의 배송차량이 출발하지 못했고, 컬리는 급하게 용차를 수배해 하루치 배송을 메웠습니다.
운영사가 버티고 있다
지금 당장 배송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건 운영사들이 운송사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진소닉, 동방 같은 중견 운영사들이 컬리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위탁 운영사들은 전체적으로 컬리 본사에 협의 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요구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낮아진 운송 단가를 되돌려달라는 것, 그리고 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우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