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테무가 망했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테무 요즘 망했다는 얘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숫자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테무 모회사 핀둬둬(PDD홀딩스)는 올해 2분기 순이익 272억 위안, 한화 약 5조원을 기록했는데요. 1년 전보다 12% 줄어든 수치입니다. 작년 2분기에도 4% 줄었으니 2년 연속 뒷걸음질입니다. 한때 알리바바 시가총액까지 넘어섰던 회사치고는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테무 상품 가격이 저렴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 공장과 해외 소비자를 중간 유통 없이 바로 연결한 것. 다른 하나는 각국의 소액 면세 제도입니다. 개인이 해외에서 산 저가 물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 제도인데요. 테무는 물건을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하지 않고, 소포 하나하나로 쪼개 보냈습니다. 수입 신고와 관세를 사실상 건너뛰는 구조였죠. 테무의 가격 경쟁력은 상당 부분 ‘소포 단위 크로스보더 물류’에서 나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 문이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2025년 5월 2일 중국발 소액 면세를 폐지했습니다. 그 직전 테무는 앱 속 상품마다 ‘수입 수수료’를 붙이기 시작했는데요. 18달러짜리 원피스가 45달러가 되는 식으로 사실상 가격이 두 배가 됐습니다. 결국 테무는 중국발 미국 직배송을 멈추고, 미국 현지 창고에 재고를 둔 상품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결과는 곧바로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테무의 미국 일간 이용자 수는 2025년 5월 기준 3월 대비 48% 줄었습니다. 블룸버그 세컨드메저의 카드 결제 데이터로 보면 5월 11일부터 6월 8일까지 미국 주간 매출이 1년 전보다 25% 넘게 빠졌고요.
유럽도 올해 문을 닫았습니다. EU는 올해 7월 1일부터 150유로 이하 소액 소포에 품목당 3유로(약 4800원)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요, 소포 한 건이 아니라 ‘품목 분류’마다 매긴다는 겁니다. 장바구니에 충전기, 티셔츠, 인테리어 소품을 함께 담으면 관세도 세 번 붙습니다. 이것저것 조금씩 담아 한 번에 받는 테무식 쇼핑이 가장 불리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테무 몰락, 적어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소포를 쪼개 면세로 들여보내던 물류 모델이 무너지면서, 테무도 현지 창고와 현지 판매자에 기대는 ‘평범한 이커머스’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② 이용자 늘었으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150달러(미국발은 200달러) 이하 자가사용 물품이면 관세 없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2024년 정부 태스크포스가 소액 면세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도는 그대로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닫은 문이 한국에선 아직 열려있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4월 테무 앱 사용자는 842만명으로 알리익스프레스(831만명)를 처음 앞질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1~4월 결제추정금액은 알리가 테무보다 4배 이상 많았습니다. 1인당 월평균 결제액도 알리가 41만6000원, 테무가 8만6000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앱을 까는 사람은 많은데 오래 남는 사람은 적습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로 테무는 올해 4월 신규 설치 76만건을 기록했지만, 30일 안에 앱을 지운 비율이 75.1%(3월 기준)에 달했습니다. 네 명 중 세 명이 한 달 안에 떠난 겁니다. 호기심에 깔아서 구경하고, 조금 사보고, 지웁니다. 실소가 나올 만한 품질의 상품이 ‘테무깡’ 같은 놀이로 소비되던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 테무는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산 초저가 상품만으로는 지갑을 여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빈틈을 다름 아닌 한국 셀러들이 파고들었습니다.
③ ‘식품’으로 승부하는 한국 셀러들
테무는 2025년 2월부터 국내 판매자를 대상으로 ‘로컬 셀러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했습니다. 국내에 재고를 두고 직접 주문을 처리·배송할 수 있는 판매자가 입점하는 로컬 투 로컬(L2L) 구조입니다. 테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셀러는 3500여 곳에 달합니다.
테무 한국 사업개발 담당자에게 한국에서 뭐가 제일 잘 팔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무조건 식품”이라고요. 셀러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꽤 명확합니다.
첫째, 중국 셀러가 들어올 수 없는 리그입니다. 한국 셀러가 테무에서 생활용품을 판다고 해보죠. 경쟁 상대는 중국 공장입니다. 가격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과일, 채소, 육류는 검역 문제로 국제우편이나 특송을 통한 국내 반입이 엄격히 막혀 있습니다. 목록통관 대상에서도 빠져 있고요. 자두나 복숭아를 팔면 한국 셀러끼리만 경쟁하는 겁니다. 테무를 키운 소포 단위 크로스보더 물류가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카테고리가 신선식품인 셈입니다.
둘째, 테무가 판을 깔았습니다. 테무는 작년부터 식품 카테고리에서 가공식품은 물론 과일, 채소, 육류 같은 신선식품까지 판매를 확대했습니다. 국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2023년 이미 4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중국발 직구로는 공략할 수 없던 이 시장을 한국 셀러를 통해 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겁니다.
셋째, 판매 비용이 낮습니다. 한 반찬 셀러는 입점과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보고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한 전통과자 셀러는 “다른 플랫폼은 광고비를 써야 겨우 노출이 될까 말까인데, 테무는 플랫폼이 알아서 팔아주는 구조라 우리 같은 소기업이 빛을 보기에 딱이었다”라 말했는데요. 입점 한 달 만에 약 3000개를 팔았는데, 다른 플랫폼 판매량의 10배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비 패턴과 궁합이 맞습니다. 테무 이용자는 적게, 자주 삽니다. 평균 결제 횟수가 월 3.5회로 알리(2.4회)보다 많습니다. 결제 비중은 50대(30.9%)와 60대 이상(23.3%)이 가장 높고요. 제철 과일, 반찬, 간식처럼 가볍게 자주 사는 품목이 들어가기 좋은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