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5원에서 시작된 고소전
네이버가 결국 토스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발단은 ‘5원’입니다. 최근까지 성행하던 토스 리워드 미션이 있습니다. 지시에 따라 어떤 음식점을 검색하고 정답을 입력하면 토스가 포인트 5원을 보상으로 주는데요. 사용자들은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네이버 검색을 활용합니다. 미션 전까지는 있는 줄도 몰랐던 가게를 검색하는 거죠. 이 5원의 출처를 따라가면, 검색 노출을 원하는 가게들이 낸 광고비가 나옵니다.
네이버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건 올해 2월입니다. 이 사실은 9월 초에야 알려졌습니다. 네이버의 주장은 “토스가 포인트를 주고 사람들에게 검색을 시켜 검색 순위를 왜곡하고 있다”란 겁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지금 동네 가게 계산대까지 번졌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② 5원짜리 검색 마케팅은 어떻게 돌아가나
토스가 제공하는 리워드 미션 마케팅 구조는 단순합니다. 가게나 홍보 대행사가 토스에 광고를 신청하면, 토스 앱에 출석 체크 미션이 뜹니다. 이용자는 네이버에서 해당 가게를 검색해 메뉴 가격이나 도보 이동 거리 같은 정답을 찾아 입력하고, 포인트를 받습니다.
네이버는 이런 검색이 특정 업체에 인위적으로 몰리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스마트플레이스의 검색 결과와 순위에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가게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직접 광고하는 것보다 토스 미션 광고가 훨씬 싸다”는데요. 즉, 네이버는 순위 왜곡에 광고비 매출까지 빼앗기는 상황인 거죠.
이에 소상공인들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9월 9일 입장문에서 “토스가 건당 5원 안팎의 포인트로 하루 수백만 건의 검색을 끌어모았고, 성실하게 장사하던 가게들이 하루아침에 5~6위 밖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순위가 몇 계단만 밀려도 매출이 30~40% 넘게 줄어든다”는 게 연합회 설명입니다.
③ 기술로 막을 수 없는 ‘진짜 사람’의 검색
네이버 정도면 이를 기술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하는 검색과 달리, 이건 진짜 사람이 개인 휴대폰으로 하는 검색입니다. 포인트를 받으려는 검색과 실제 식사를 위한 검색을 기계가 구분하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네이버는 지난해 7월 토스를 포함한 여러 업체에 리워드 마케팅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중단하겠다고 답했지만 토스만 응하지 않았고, 네이버가 파악한 어뷰징성 리워드 마케팅 유입 가운데 약 99%가 토스에서 나왔다”란 게 네이버 측 주장입니다.
토스는 실제로 검색이 왜곡됐다는 근거 데이터를 제시해 달라며 맞섰습니다.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이 영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고, 관련 근거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다뤄질 부분이라는 입장입니다. 여기까지는 검색 순위를 둘러싼 진실 공방처럼 보이는데요.
④ 동네 가게 계산대로 번진 싸움
소송 소식이 알려진 직후, 토스가 꺼낸 반격 카드는 가게 계산대였습니다. 토스는 자회사 토스플레이스를 통해 동네 가게에 POS(Point of Sales, 판매시점 정보관리) 기기와 프로그램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에는 POS의 주문·결제 데이터를 네이버 검색·지도와 연결해 대표 메뉴나 혼잡 시간대 등을 보여주는 ‘플레이스플러스’ 서비스가 있는데요. 여기도 갈등이 있습니다.
토스 측에 따르면 오케이포스·페이히어 등 15개 POS 사업자는 플레이스플러스 연동 대상에 들어가 있는데, 약 15만 곳 매장이 쓰는 토스포스만 빠져 있습니다. 토스플레이스는 “2024년 7월 연동 제안서를 보낸 뒤 2025년 11월·12월, 2026년 2월·9월 네 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거절 사유나 일정을 듣지 못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검토 중이라 전했습니다.
네이버의 답이 흥미롭습니다. 모든 POS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서도, 반복된 중단 요청에도 “업무방해성 위법행위를 지속 중인 상대방과는 협업 논의를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색 싸움과 계산대 싸움을 네이버가 직접 엮은 겁니다.
날짜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립니다. 네이버는 플레이스플러스가 지난해 6월 출시된 서비스이고, 2024년 제안은 일반적인 사업 제휴 제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토스는 플레이스플러스 도입 이전부터 요청해 왔으니, 리워드 문제 때문에 협업이 어렵다는 네이버의 설명은 시점상 맞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⑤ 계산대가 뭐길래
지난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삼겹살 회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국내 기업인들이 만난 자리에서 네이버의 얼굴 결제 ‘페이스사인’을 직접 시연했습니다. 네이버가 동네 가게 계산대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준 장면이었죠.
전국 가게에 계산대 프로그램과 단말기를 깔아 두면 가게 운영 데이터, 간편결제, 얼굴 결제까지 한 번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토스가 앞서 있습니다. 토스는 2023년 3월 결제 단말기 ‘토스 프론트’를 내놓은 뒤 가맹점을 약 40만 곳까지 늘렸고, 2년 8개월 늦게 들어온 네이버의 ‘N페이 커넥트’는 약 10만 곳입니다. 뒤쫓는 네이버의 무기는 지도입니다. 네이버 단말기를 쓰면 검색·지도·리뷰와 바로 연결되거든요. 그리고 토스가 달라는 게 바로 그 지도 연결입니다.
양사 갈등에 현장도 흔들립니다. 커넥터스가 만난 사장님들 중에는 지금도 토스와 네이버 단말기 영업 연락을 자주 받는다는 분들이 있었고, 이미 토스 단말기 계약을 마쳤으나 다시 네이버로 바꿀지 고민하는 가게도 있었습니다. 다만 POS 단말기와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쉽게 못 바꿉니다. 계약도, 그동안 쌓인 운영 데이터도 옮겨야 하고요. 매장 운영 디테일에 따라 잘 맞는 서비스가 따로 있거든요.
그러던 중 토스는 오는 10월 셋째 주부터 리워드 광고에서 네이버 검색 경로를 빼기로 했습니다. 구글, 카카오, 올리브영 등 경로는 유지합니다. 검색 싸움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계산대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네이버가 리워드 문제 해결을 협력의 전제로 내걸었던 만큼 이제 공은 네이버로 넘어간 모양새인데요. 양사의 로컬 커머스 패권싸움, 이제부터가 본 게임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