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버스터(Niche Buster)’라고 들어보셨나요?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이 2012년 발행한 저서 <니치(Niche>에 언급된 개념인데요. 제임스 하킨은 틈새시장을 의미하는 ‘니치(Niche)’가 어떤 특이점을 바탕으로 주류(Mass) 시장까지 확장하며, 너무나 당연했던 블록버스터의 법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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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0년도 더 전에 언급된 개념이지만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소비 생태계를 설명하기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니치버스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이야기할 주제가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와인은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왠지 공부해야 하고, 어려운 문화처럼 여겨졌지만요. 지금은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생활접점 유통망까지 널리 퍼져서, 대중에게 사랑받고 매출 신장을 이끄는 블록버스터 카테고리가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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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이죠. 와인은 여전히 ‘니치(Niche)’의 색깔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분명 여전히 소수의 강력한 몇몇 제품들이 매출을 이끄는 부분은 있지만요. 그 트렌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기도 하고요. 그 이상으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굉장히 다양한 품종과 종류의 와인들이 ‘롱테일’을 형성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이는 여타 주류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술이라고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취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나, 소주를 말아먹으면 잘 어울리는 한국형 라거 맥주가 전부였거든요. 지금 여러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하이트나 카스와 같은 소수 브랜드들이 막강한 블록버스터를 형성하며 이 시대의 주류 시장을 지배했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야말로 다양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맥주를 넘어서 난생 처음 보는 수제맥주들이 대중 유통망에 깔리기 시작한지 몇 년이 지났고요. 혹자는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로, 콜라보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입힌 새로운 제품들이 매 순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누군가는 다양성의 종말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보다는 그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다양성에 물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저는 조금 더 맞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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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벙커의 ‘니치버스터’ 전략
돌아와서 오늘 다룰 주제는 롯데마트가 준비한 리뉴얼 점포 제타플렉스의 자랑거리인 와인 특화 매장 ‘보틀벙커’입니다. 데일리트렌드가 8일 주최한 <넥스트 커머스 2023>에 연사로 참석한 강혜원 롯데마트 주류부문장(상무)의 발표에서도 저는 앞서 이야기했던 ‘니치버스터’를 느꼈거든요.
일단 ‘보틀벙커’는 업계 내외부를 막론한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제타플렉스의 확장은 모종의 이유로 잠실 1호점에 멈춰 있지만요. 보틀벙커는 서울 잠실을 시작으로 단독으로 창원, 광주점까지 확장했고요. 보틀벙커 세 곳의 월 평균 매출 성장률은 50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제타플렉스를 뺀 보틀벙커 단독으로 미디어 노출도 많이 되고 있고요. 이는 보틀벙커가 롯데쇼핑에게 있어 그만큼 ‘자랑하고 싶은’ 사례라는 것을 반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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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문장은 보틀벙커를 ‘메가 와인 큐레이션 샵’이라 부를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여기 ‘메가’와 ‘큐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보틀벙커가 니치 시장을 ‘대중’의 영역까지 확장하고자 하는 어떤 묘수가 숨어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키워드별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메가’가 갖는 의미
‘메가’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타플렉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특화 매장이고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1층 면적의 70%인 약 400평 규모를 활용하여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는 거대한 상품 구색, 요컨대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강 상무에 따르면 통상 롯데슈퍼 점포에 구비한 와인 구색이 100~200종, 롯데마트 점포에 구비하는 와인 구색이 500~1000종이라면요. 보틀벙커에는 5000종이 넘는 와인 종류를 구비했습니다.
여기 더해 보틀벙커는 와인에 특화한 매장이긴 하지만, 별도로 거대한 위스키 진열 공간을 마련했고요. 이 외에도 한국 전통주와 같은 다양한 주류와 함께, 주류와 함께 즐기면 좋을 안주 메뉴 또한 매장 별도 진열 공간을 할애하여 비치,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도 보틀벙커에 직접 방문해봤는데, 평소 다른 마트에서 안 보였던 다양한 브랜드를 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었죠. |